참여정부 들어 핵심 국책과제로 떠오른 행정수도 이전과 교육 혁신 등 주요 정책의 입안 기구인 13개 대통령 자문 국정과제위원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들 조직의 역할을 놓고 공방전이 치열하다. 이들 위원회는 대통령에게 단순하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자문'차원을 넘어 구체적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내용을 챙기는 것은 물론,시행 단계에까지 관여하고 있어 견제받지 않는 '정부위의 정부'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실제로 과잉대응 논란을 빚고 있는 지난해 '10.29 부동산 대책'은 최종 조율과 발표는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에서 맡았지만,정책방향과 내용을 지휘한 곳은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였다. 이 위원회의 장(長)을 겸임하고 있는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 재경위의 재경부 국감장에서 "10.29대책은 대표적인 분배정책"이라고 강조했던 것은 이런 까닭에서였다. ◆'대통령의 싱크탱크'vs '정부 위의 정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분권형 국정운영시스템의 핵심은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이 국정현안을 나눠 맡고,장기 과제는 자신이 챙기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통령이 챙길 장기 국정과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국정과제위원회다. 국정과제위원회는 실제로 참여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1백대 로드맵과 그 세부 실행과제들로 정리했으며 이를 정책화,실행하는 단계에도 관여하고 있다. 위원회에서 낸 정책이 대통령에게 보고돼 채택되면 곧바로 정책화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 위의 정부'라는 지적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지난 1년반 동안 실제로 신행정수도 후보지,저출산 대책,사교육비 경감 대책 등 굵직한 정부 정책들이 국정과제위원회를 통해 만들어졌고,부처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지방분권특별법 등 23개 법안의 제·개정 작업을 후속 조치했다. ◆주목받는 '국정과제회의' 정책기획위원회 자료에 따르면,13개 국정자문위원회엔 총 4백24명의 민·관 위원과 2백80명의 사무국 직원이 있다. 예산도 2백29억6천만원으로 위원회당 약 17억6천만원을 쓰고 있다. 조직과 인력,예산이 웬만한 부처 수준이다. 국정과제위원회를 이끄는 그룹(위원장 및 사무국장)은 대부분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에서 활동했던 자문 교수들과 청와대 파견 비서관들이다.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담아 만들어 낸 정책들은 '국정과제회의'를 통해 정식 정부 정책으로 탈바꿈된다. 이들의 의견은 국정과제회의 상정 전에 3단계를 밟는다. 우선 관련 부처들이 먼저 안건에 대한 의견을 조정한 뒤 이를 해당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본회의에 상정,정부안에 아이디어를 첨삭하게 된다. 여기서 결정된 내용은 국정과제 비서관회의를 거쳐 전체 위원회안으로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메커니즘이다. ◆엇갈리는 평가 재경부에서 파견된 한 공무원은 "과거 경제기획원에서 하던 중장기 발전 전략을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위원회에서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파견 공무원은 "고령화 대책은 사실 개별 부처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시급한 현안"이라며 "힘을 갖고 출산지원책 등을 과감하게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위원회의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부처 관계자는 "정부가 기획 단계에 참가한다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철학적인 기반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나오는 무리한 정책도 많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자문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걸맞은 견제 장치가 필요하며,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처럼 특정도시를 위한 자문위원회는 업무를 부처에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