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비정규직 법안 현실 역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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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 경총 상임부회장ㆍ경제학 박사 >
1960년대 경제개발 초기 우리는 가발,섬유 등 주로 경공업을 기반으로 한 단순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80년대 이후의 중화학공업시대를 지나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반도체,LCD,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산업구조의 현주소다.
생산시장에서의 변화는 노동 시장에서도 많은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방식 변화로 종업원들의 역할이 매우 세분화·전문화되고 있으며,전문화의 정도나 주어진 역할에 따라 그 스펙트럼 또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파견근로자 외에 e-랜서나 특수전문직 등 일반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맞춰 우리 노동법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 초기에 제정된 노동법으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노동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급변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오히려 변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동계는 파견대상과 기간을 확대한 근로자 파견법을 두고 노동법 개악이라며 투쟁을 선포하고 나섰으나,단지 파견대상 확대 외에는 어디에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개선됐다는 증거를 찾기 힘들다.
물론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해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기업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노동의 유연성을 인정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에 차별구제절차를 마련한 것이나 3년 초과근로시 해고제한(기간제 근로자) 및 직접고용의무(파견근로자)를 부과한 것,그리고 파견근로자 사용시 3개월의 휴지기간을 설정한 것 등은 과연 당국자들이 노동시장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이 들 뿐이다.
고용형태 다양화 및 노동시장 유연화는 이미 전 세계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 또한 파트타임 및 파견근로 등 다양한 고용형태의 활용을 가능케 함으로써 고용의 유연성 확보는 물론 인력활용의 극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번 정부가 입법예고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고쳐져야 한다.
첫째,비정규 근로자 보호와 관련,고용유연화 조치에 역행하는 각종 제한 및 금지규정은 즉각 삭제돼야 한다.
파견근로자 및 기간제,단시간 등 비정규 근로자는 이미 우리 노동시장 내에 광범위하게 고용돼 있으며,보호법제 시행시 실업 확대 및 경쟁력 약화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휴지기간 설정이나 해고 및 초과근로 제한,노동위원회를 통한 차별구제 등 노동시장의 왜곡을 가중시키게 될 문제조항들은 삭제돼야 마땅하다.
둘째,활용이 미미한 파견제 활성화와 이를 통한 실업 극복을 위해 건설공사현장 및 제조업 직접 생산공정 업무에까지 근로자 파견이 허용돼야 한다.
건설업과 제조업이라고 해서 파견이 제한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안전보건상의 이유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견근로를 전폭적으로 허용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셋째,무엇보다도 중요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진정한 고용의 유연성 확보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해소를 위해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고용보호 규정을 완화해야만 한다.
비정규직 관련 논의를 보면 단지 열악한 처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정규직의 처우나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차제에 현재 정규직이 누리고 있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 등이 비정규직과 비교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