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는 기업경영의 강력한 도구이자 공통 언어다. 산업계가 국제표준 개발에 보다 주체적이고 전략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일본의 국제표준화 전략에 대해 발표한 마쓰모토 미쓰오 경제무역산업성 사무관은 "국제표준화의 의의는 시장을 개발하고 점차 글로벌화하는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국제표준화를 활용한 전략적 경영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마쓰모토 사무관은 "95년 WTO 및 TBT협정이 발효된 이후,국제표준을 지배하는 자가 국제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됐다"며 "표준이라는 룰(rule)이 국제경쟁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세계를 비유로 들었다. 72년 독일 뮌헨 올림픽에서 배구의 오버네트가 금지돼 세계적 강팀으로 각광받던 일본팀이 고전을 면치 못한 사례,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스키점프에서 스키의 길이 규정이 달라져 금메달의 향방이 달라졌던 일,올해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유도종목에서는 골든 득점제가 도입돼 일본팀이 금메달을 휩쓸었던 일 등을 예로 들었다. 규칙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듯 산업계에서도 국제표준의 획득 여부가 국제경쟁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93년 IEC(국제전기표준회의)가 위쪽으로 나 있는 세탁기 회전 건조기의 안전덮개를 거부하고 유럽형을 표준으로 정하면서 일본 및 한국 세탁기가 동남아 시장에서 판매되지 못했던 사례를 회고했다. 반면 2001년 ISO(국제표준화기구)가 미국형 및 일본형 디지털 카메라용 데이터 파일링 포맷을 공존시키는 데 합의,일본 제품의 세계 시장 파급력이 커진 사례도 언급했다. 마쓰모토 사무관은 "스포츠에서는 규칙을 바탕으로 체력,기술,전략 등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업활동에 있어서는 국제표준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지식재산,전략적 경영 등을 강화해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며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표준화 및 연구개발 전략 등을 통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룰 작성이 미진하고 국제표준화 활동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자체도 표준화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일본의 경제력과 국제 경쟁력에 걸맞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6월 '국제 표준화 활동기반 강화 행동 플랜'을 공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쓰모토 사무관은 "산업계와 기관,정부가 일체가 돼 국제표준화를 선도하는 데 나서야 한다"며 "또 ISO 및 IEC는 미국 및 유럽이 유리한 구조인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공동 대응하는 전략적 국제 연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