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국민은행의 새 사령탑을 맡게 됨에 따라 국내 최대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그가 어떤 면모를 보일지에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그에 대한 금융계의 평가가 '기대반 우려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외국계 은행 출신으로 선진금융 시스템을 체득한 데다 부실투성이었던 서울은행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은 좋은 점수를 받는 요인이다. 실용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성격도 강점으로 꼽힌다. 서울은행장에 취임하자마자 수행비서,간부식당,접견실을 없앴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저녁 11시에 퇴근하는 부지런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은행의 국내지점 대표,자산 30조원이었던 서울은행의 매각을 위한 '임시 은행장'으로서의 이력만으로는 자산 2백조원의 '항공모함(국민은행)'을 순항시키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국민은행은 조직 갈등(옛 국민은행 주택은행 국민카드),가계(카드)여신 부실,인력 구조조정,감독당국과의 갈등해소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김정태 행장도 미처 풀지 못한 어려운 과제다. 이런 점에서 "배포와 추진력이 약한 강 내정자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다소 걱정된다"(A은행 임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은행장 시절 강 내정자를 지근에서 지켜봤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사결정이 합리적이고 실리를 중시하는 경영스타일은 조직 갈등을 해소하고 융합하는데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기상황에서는 '맹장(猛將)'이 아니라 '덕장(德將)'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관계자도 "통합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부실 서울은행의 구조조정을 '잡음'없이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 내정자는 또 외국은행에서 20년간 잔뼈가 굵은 만큼 외국인 주주(80%)와의 관계설정에도 남다른 능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한편 강 내정자는 과거 씨티은행 근무시절 고등학교 후배인 하영구 현 한미은행장과 한솥밥을 먹었다. 또 뱅커스트러스트에서는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과도 같이 일한 경력이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앞으로 이들 세 사람이 은행장으로서 펼칠 경쟁에도 또다른 각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