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정이나 현지 숙박시설 등을 일방적으로 바꾸고 패키지 여행 때 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약금을 물려온 여행사들이 무더기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현지 또는 항공사 사정을 이유로 여행 일정을 바꾸고 패키지 여행 일정에 불참할 때 하루 단위로 위약금을 물도록 한 여행약관이 무효라고 결정하고,하나투어 롯데관광 인터파크여행 등 26개 여행사에 약관을 수정·삭제토록 시정 조치했다고 7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약관 때문에 실제 위약금을 냈던 피해 고객들에 대해선 '소비자피해 일괄구제'를 통해 여행사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소비자피해 일괄구제란 소액의 피해를 많은 사람이 본 경우 공고를 통해 피해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소비자보호원 등이 중재해 일괄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상당수 여행사가 '항공사나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과 가격은 변경될 수 있다'는 식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약관을 만들어 놓고 여행 중 일방적으로 일정이나 교통·숙박시설 등의 조건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A씨는 작년 7월 B여행사를 통해 태국 푸켓으로 관광을 떠나면서 모 고급호텔에 숙박하기로 계약했으나 막상 현지에서 안내를 맡은 여행사는 등급이 떨어지는 싸구려 호텔에 숙박토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패키지 여행 일정에 불참하면 하루 1인당 30∼50달러를 현지에서 지불해야 한다는 약관을 만들어 고객이 특별한 사정으로 일정에 참가하지 못할 경우 위약금을 받아왔다. C씨는 지난 7월 D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태국을 여행하던 도중 건강상의 이유로 하루 일정을 쉬려고 하자 현지 가이드로부터 위약금 30달러를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공정위측은 밝혔다. 여행사들은 이와 함께 약관의 중요 내용을 고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줘야 한다는 약관법을 어기고 여행계약이 체결되면 자동적으로 약관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던 것으로 조사됐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