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영국 노동당 연례회의에서 영국군의 이라크 철수 요구 동의안이 부결돼 토니 블레어 총리가 한숨을 돌렸다. 30일까지 닷새간의 일정으로 영국 남부 브라이튼에서 열렸던 노동당 연례회의에서 대의원들은 85%의 압도적 반대로 블레어 총리에게 이라크에서 영국군 철군 날짜를 정하라는 내용의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 동의안은 블레어 정부에 '영국이 계속 이라크에 주둔하는 것은 변명할 여지없이 생명과 자원 모두를 파괴하는 것임을 인식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이 동의안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당 일반당원들의 지지에 기대고 있는 블레어 총리에게는 큰 타격이 될 뻔 했다. 특히 동의안을 표결에 부쳤던 30일은 블레어 총리의 측근으로 유럽연합(EU)의새 통상담당 집행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피터 맨델슨의 후임자를 뽑는 보궐선거가 영국 북동부에서 실시되고 있던 때라 동의안이 통과됐다면 더욱 블레어 총리에게는 큰타격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동의안 표결에 앞서 실시된 토론에서 많은 대의원들은 블레어 총리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원한 데 대해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동의안을 발의한 런던 대의원 팻 힐리는 이라크에 영국군이 주둔하는 것은 "문제의 일부이지 해결책의 일부가 아니다"라며 "어떤 사람들은 영국군의 철수가 대량유혈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유혈사태는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연례회의에서는 2주일 전 바그다드에서 납치된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의 안전에대한 걱정과 함께 이라크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블레어 총리는 이번 연례회의에서 보건과 교육, 범죄 대책 등에 대한 노동당의성과를 강조함으로써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약대로 삼으려 했지만 이라크 문제가 부각되는 바람에 이같은 기대는 허물어졌다. 존 프레스콧 부총리는 폐막연설에서 정부의 국내정책에 대해 찬양하며 노동당정부의 3연임을 향해 나아가자고 외쳤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블레어 총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인질 비글리에게 쏠렸다. (브라이튼 AFP=연합뉴스)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