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꺾기'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은행들이 대출고객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남용,무리하게 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행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출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끼워 파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판단,다음달 4일부터 각 은행들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인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은행과 보험 등 금융 관련 3개 협회가 공동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과정에서 보험 가입을 강요당한 고객이 7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또 '꺾기'를 강요당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마지못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꺾기'횡포 여전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은행연합회 등은 지난 7월21일부터 한달동안 서울 경기 및 10대 지방도시 거주자 9백명을 대상으로 방카슈랑스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대출과 연계해 보험 가입을 권유받았다는 응답자가 1백31명(14.6%)으로 나타났다. 대출 관련 보험 가입을 권유받은 후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가입한 사람은 73명으로 그 비중이 55.7%에 달했다. 또 기존 대출 거래자 2백63명 중 '꺾기'를 요구받은 응답자는 72명(27.4%)이었다. 하지만 '꺾기'를 거절했다고 해서 은행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1.7%에 그쳤으며,불이익이 없었다는 응답이 87.9%로 압도적이었다. 나중에 방카슈랑스를 다시 이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58.6%로,'이용할 것'이란 답변(41.3%)보다 많았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금감원이 사실상 주도한 것이어서 '관제조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단계 방카슈랑스 어떻게 될까 보험업계는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2단계 방카슈랑스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꺾기'로 인한 불이익이 없는데다,'꺾기'관행만 사라진다면 편의성 측면에서 고객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다음달 일제점검 결과가 나와 봐야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방카슈랑스 제도를 보완하는 쪽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반면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재정경제부는 금융서비스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은행-보험업계,재경부-금감원간 이견이 어떤 방향으로 매듭지어질지 관심을 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