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멕시코가 2년여 끌어온 자유무역협정(FTA)을 17일 공식 타결했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멕시코와 미국 등 우리나라의 북미지역 수출과 투자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될 뿐아니라 일본이 이번 협상을 통해 대외개방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던 농산물시장을 대폭 양보했다는 점에서다. 국내 기업들은 벌써부터 두나라의 FTA 체결을 우려해 왔다. 멕시코가 우리 기업들에 부여하던 수출용 가공원자재에 대한 면세혜택을 폐지한데 이어, 최근엔 주요 정부발주공사 입찰자격마저 FTA 체결국 기업으로 한정하는 등 FTA를 맺지 않은데 따른 불이익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본 제조업체가 FTA 협정국에 대해 무관세 부품수입을 허용하는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 시장으로 들어갈 경우 자동차 등 우리 기업들이 받을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농업보호를 위해 그동안 싱가포르 한 나라와만 FTA를 맺을 정도로 소극적이었던 일본이 이번에 농업분야를 과감히 개방한 것은 앞으로 다른 나라들과도 적극적으로 FTA 체결에 나서겠다는 뜻임에 틀림없다. 일본과 경쟁하는 상품이 많은 우리로선 그만큼 해외에서 설 땅이 좁아질수 밖에 없다는 얘기와 다름아닌 것이다. 일본이 농민들에 미치는 부담까지 감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 정도로 세계는 분명 FTA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백20개 가량의 무역협정 중 FTA가 70%를 넘었고,지금도 도처에서 FTA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FTA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아직 FTA에 적극 나서지 못해 걱정이 아닐수 없다. 몇차례 국회비준이 미뤄지는 등 홍역을 치른 끝에 겨우 칠레와의 FTA를 하나 발효시켰을 뿐이다. 현재 몇몇 나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대상국인 미국과는 스크린쿼터 문제로 FTA의 전단계인 투자협정(BIT)부터 발목이 잡혀있을 정도이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연말까지 아시아 중남미 등지를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FTA 추진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칠레와의 협상과정에서 보았듯 정작 어려운 것은 대외 협상이 아니라 국내 이해관계를 제대로 조율하는 일이다. 정부가 농업과 일부 중소부품산업의 구조조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이제는 일본마저 FTA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정말이지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