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펀드매니저의 한숨] "CEO만나기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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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요? 기대도 안합니다. 요즘엔 제때 CFO(최고재무책임자)조차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국내 한 소형 투신운용사 펀드매니저의 고백이다.
그는 최근 2∼3년새 확연히 달라진 기업탐방 분위기를 전한다.
"예전엔 기관이 방문해주길 기다리던 기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나마 일찌감치 예약을 해 놓고 가도 외국계 펀드사와 일정이 겹치면 뒤로 밀리기 일쑤입니다."
외국인이 증시를 장악하면서 국내 기관은 기업 탐방에서도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기업의 대표이사를 만나 책임있는 얘기를 듣기는커녕 약속 날짜를 잡기도 급급한 처지다.
이런 현상은 중소형 투신사들의 경우 더욱 심하다.
최근 한국을 방문,삼성전자 등 초우량기업 대표이사를 줄줄이 만나고 간 캐피탈을 보며 국내 기관들이 쓴웃음을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외국계 탐방을 무조건 선호하는 국내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측의 시각은 다르다.
한 상장기업 IR 담당자는 "국내 기관들은 주가가 오를 때만 잠깐 들어와 산 뒤 금방 팔아치운다"며 "이에 비해 외국계 펀드들은 한번 방문하고 나면 반드시 매수해 장기보유해 준다"고 외국계 선호 이유를 설명했다.
외국인을 우선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큰 차이를 보인다.
외국계 자금이 대량으로 들어와 지분변동 신고를 하면 개인과 기관들이 추격매수,주가가 크게 오른다.
국내 기관은 열심히 홍보하고 설명해도 주식을 잘 사지도 않을뿐더러 단타매매를 하기 때문에 상장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탐방의 수준차를 지적하는 기업도 많다.
탐방을 와서 공시만 두드려봐도 나올 기업의 부채비율,유보율,ROE 등을 물어볼 땐 기가차서 말이 안나온다는게 한 상장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국내 상당수 펀드매니저들이 이런 초보적인 것을 확인하는 수준의 탐방을 한다"며 "왜 탐방을 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대한해운의 이진방 사장은 "지난해 편리폰즈가 처음 방문했을 때 국내 기관은 절대 물어보지 않는 해운업의 주가동향과 핵심기업의 정보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전했다.
김상현 우리증권 법인영업 팀장은 "주식시장 정보의 원천인 기업탐방에서 국내기관들이 환영받지 못한다면 정보싸움에서 처음부터 외국인에게 지고 들어가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