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문제에 대해 "연구검토 단계를 지나 구체적인 검토의 초기단계에 와 있다"고 말한 대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폐의 단위금액 뿐만 아니라 도안과 크기까지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은 시행하는데까지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걸리는 대작업인데다 화폐 변경에 따른 물가불안 우려 등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이 부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구체적인 검토의 초기 단계'라고 말한 부분은 다른 국가들에서 시행한 사례들과 부작용들에 대한 기초연구에 들어갔다는 뜻"이라며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외국 사례들을 보니 일부 물가불안이 나타나고 돈을 바꿔야 하는 데 따른 심리적인 부담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리디노미네이션을 당장 시행할 이유가 없다는 재경부의 종전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도 이날 "화폐단위를 바꾸는 과정에서 큰 금액은 문제가 없으나 적은 금액에서는 끝자리수 반올림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서민생활과 직결된 물가 부담을 어떻게 완화시키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리디노미네이션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 부총리는 또 "자판기나 화폐 관련 기자재들을 교체해야 하므로 일부 내수 소비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으나 영세사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며 "심리적으로도 과거 화폐개혁 사례와 같이 예금을 동결하거나 화폐단위 변경 이외의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10만원권 고액권 발행 필요성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고액권을 지금 발행하더라도 4,5년 뒤 경제규모로 보면 화폐단위 변경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화폐제도 개선을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해 검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부총리의 이 같은 언급은 '단기적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화폐단위 변경 시기에 대한 정부 내 토론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