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오랜만에 과천 노동부 기자실을 찾았다. 지난해 5월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방문한 이후 1년4개월만으로 요즘 노동계가 거세게 반대하는 비정규직 관련법안과 공무원노조법안에 대한 민노당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옛날 그 모습처럼 노넥타이와 점퍼에 금배지를 달지 않은 수수한 차림이어서 단 의원의 방문은 친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노동계 리더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 신분을 갈아탄 단 의원의 방문은 "그동안 무언가 달라졌겠지"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를 만난 순간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외모뿐만 아니라 말하는 것이나 생각하는 게 과거 '투사'때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 사용자 입장은 안중에도 없고 노동계 입장에서만 목소리를 높일 때는 더욱 그랬다. 그는 "정부가 법안 추진 배경으로 경제활성화 등을 들먹거리는데 노동운동해온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낀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대기업노조의 집단이기주의가 비정규직과 실업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 "투쟁적 노동운동이 해외자본의 국내투자를 가로 막는다"는 등의 질문을 쏟아내자 단 의원은 모든 책임을 사용자 쪽으로 돌렸다. 그는 "임금격차와 노동운동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삼성이 노조가 있어 월급이 많냐" "외국인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남는 게 없어 그런거다"는 등 핵심을 비켜가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민주노총위원장 때 툭하면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듯이 이날도 그는 대통령을 비판했다. "노동자의 아픔을 많이 알고 있다는 대통령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입법을 추진할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1시간여동안 계속된 단 의원과의 간담회는 왜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지,그 이유를 확인할수 있는 자리였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