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파업 마친 코오롱 전문가초청 특강 .. 구조조정 필요성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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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은 증권사 펀드매니저들이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회사입니다. 뭔가 많은 걸 하고 있지만 색깔이 없죠.반면 경쟁사인 효성은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에서 뚜렷한 목표를 갖고 앞서가고 있질 않습니까. 코오롱도 지금 전자소재사업으로 업종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게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14일 ㈜코오롱 구미공장 교육관.삼성증권 섬유담당 애널리스트인 소용환 연구위원이 펀드매니저가 아닌 이 회사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코오롱과 화섬업계의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두 달이나 넘는 파업을 끝내고 지칠대로 지친 조합원들이지만 '코오롱의 미래가 안보인다'는 말에는 눈이 번쩍 뜨이는 모양이다.
"중국의 노무비용은 국내의 30% 수준입니다. 중국 화섬산업은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급성장하고 있지요. 내년에는 세계 화섬 생산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나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화섬산업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소 연구위원의 이날 특강 주제는 '한국 화섬산업의 미래와 코오롱.' "화섬산업이 위기에 처했고 코오롱도 이에 맞춰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에 반발해 64일간 파업을 벌였던 노조원들에게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객관적으로 보여주자'는 의도로 기획된 강의다.
코오롱은 폴리에스터 생산 설비 철거로 발생한 유휴인력 2백5명을 상대로 현장혁신과정 'New Start'라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소 위원의 이날 특강도 이 프로그램의 하나.
때 아닌 애널리스트 강의를 들은 조합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는 것.특히 경쟁사인 효성과 비교하며 코오롱은 투자자들에게 내세울만한 사업이 없다는 말에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5년 전부터 원사 사업이 안된다는 건 저희도 알고 있었지요. 특히 중국 때문에 어렵다는 얘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외부 애널리스트가 얘기하니까 회사 관리자들이 얘기할 때와는 느낌이 다르네요."(조합원 K씨)
K씨는 "구조조정을 위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며 "파업기간 중의 월급 몇 푼 받는건 중요하지 않으니 회사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코오롱이 직면한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실망한 조합원도 많다.
정상덕 조합원은 "우리가 1등이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제 '코오롱이 뭐하는 회사인지도 모른다'고 하니 얼마나 쓸데없는 자부심이었는지 알게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64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20여일이 지난 코오롱 구미공장의 보도블록에는 스프레이로 새겨진 파업의 잔해들이 아직 즐비하다.
교육장을 빠져나온 조합원들은 그 잔해 위를 걸으며 이번 파업이 가져다준 뼈아픈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듯 싶었다.
한 조합원은 "전자소재사업으로 업종 전환을 하면 1백여명의 근로자가 20여명으로 줄어들 수도 있지만 조합원들은 회사가 내리는 결정을 따를 준비가 돼있다"며 파업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구미=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