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에 무작정 뛰어들어 하루만에 2천만원을 날린 적도 있습니다." 수입차 딜러였던 A씨.주식투자에 실패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갈아탄 열차의 종착역은 빚더미였다. 그에게 지난 4년의 시간은 고통 그 자체였다. 부나방처럼 주식과 선물·옵션에 뛰어 든후 10억원이 모래알처럼 그의 손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시작은 환상적이었다. 1999년 코스닥 광풍이 불던 그때,5천원에 유상증자를 받았던 중견 통신업체의 주가가 1만2천원까지 급등했다. 그는 "이때의 짜릿함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주식시장에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하루 7시간을 컴퓨터 모니터에 매달렸다. 장이 시작되면 상한가를 치는 종목들을 15개쯤 골랐다. 재무제표를 분석하기 보다는 어떤 재료로 움직이는지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자연히 '꼭지'에 들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종잣돈 1억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빚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심지어 월 5%에 달하는 소액 대출도 끌어댔다. 악재는 겹치기 마련.사업도 휘청거렸다. 하루하루 돈이 필요했기에 더욱 '한탕'을 꿈꿨다. 그는 "여유를 갖고 해당 회사에 관한 정보를 찬찬히 뜯어볼 시간도 없었다"면서 "모니터 화면을 그저 뚫어져라 쳐다볼 뿐,마치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과도 같았다"고 전했다. 그러다가 선물·옵션을 알게 됐다. 주식과 달리 매일 돈을 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프리미엄이 뭔지,청산을 어떻게 하는 지등 기본지식만 갖고 옵션을 시작했다. 결과는 뻔했다. 최초의 대박 경험이 결국 쪽박으로 내몬 셈이 됐다. 그에게 1억원의 여윳돈이 생기면 어떻게 할 지 물어봤다. "절반을 주식과 선물·옵션에 투자하겠다"고 털어놨다. 불과 4년만에 대박환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증환자가 된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