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李부총리에 대한 해외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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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국정 현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현 정부의 나쁜 악습이 경제문제로까지 번지는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주 콜금리 동결조치에 대한 시각차를 든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통화정책만큼은 아무데서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아쉽다'는 짧은 한 마디로 답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콜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는 시각이다.
정책 수장간의 이같은 견해 차는 대내외 시장에 상당한 반향을 미치고 있다.
정책 역학구도상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앞으로 추가 콜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외적으로는 그동안 간헐적으로 의문을 제기해왔던 한국 정책당국자간의 부조화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줘야 하나.
일단 박 총재로서는 콜금리 동결조치는 최선이다.
중앙은행의 최대 임무는 물가 안정이다.
반면 물가를 희생시키더라도 경기 부양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이 부총리의 추가 콜금리 인하에 대한 시각은 이런 점에서 우려된다.
논란이 있으나 금세기 들어 케인즈언의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통화량 증가→금리인하→총수요 증가→경기회복)가 잘 작동되지 않는 것은 여러 차례 검증됐다.
더욱이 대외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콜금리를 내려본들 그 효과는 크게 제한되게 마련이다.
우리 경제역사상 대외 여건과의 차별화 정도에 있어서는 비대칭성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처럼 대외 여건이 좋을 때 우리 경제가 안좋을 수 있어도,대외 여건이 안좋을 때는 우리 경제만 홀로 좋아지지 못하고 같이 안좋았던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었다.
오히려 한·미간의 시장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콜금리 추가 인하는 자금 이탈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요즘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정부가 한쪽에서는 콜금리를 내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익성을 좇아 해외로 빠지는 자금을 마치 불법인양 규제하는 정책이 '비이성적'으로 비쳐지고 있는 점을 정책당국자는 인식해야 한다.
시장은 크게 제도적인 틀과 시장참여자로 구성된다.
정부의 역할은 제도적인 틀을 잘 만드는 데 그쳐야 한다.
설령 시장참여자의 행동과 성과가 마음에 안든다 하더라도 직접규제보다는 제도적인 틀을 손질해 의도한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
현재 이 부총리는 제도적인 틀을 만드는 데뿐만 아니라 시장참여자의 행동과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콜금리 추가 인하 발언뿐만 아니라 각종 금융권 인사 등.현 시점에서 묻고 싶은 것은 이 부총리가 자주 애용하는 '시장친화'라는 것은 말보다는 행동이 따라야 하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친화적인 정책과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에 가장 핵심적인 금융권 인사문제에 있어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는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사석에서는 ○○사단의 멤버임을 자처하고 무슨 자리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추천해 달라는 말'이 언론에까지 들리고서야 어떻게 시장친화적 정책과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국 경제각료 가운데 여전히 대외신뢰도가 가장 높은 이 부총리에 대한 해외 시각이 요즘 들어 흐트러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글은 이 부총리를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고언(苦言)으로 받아주길 바란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