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업계 최대 이슈인 ‘와이브로’ 사업자 선정 방안이 9일 발표됐다. 그간 사업권을 두고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인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은 모두 표면적으로는 ‘환영한다’, ‘정보통신부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정통부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선정 방안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편안한 ‘심기’와 불편한 ‘심기’가 엇갈리고 있다.
* KT “원하는 사업자는 다 주냐?”
당초 ‘유선사업자 2개’에게 사업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KT는 사업권이 석장으로 확정되자 다소 불편한 심기다. 게다가 MVNO, 즉 가상이동망사업자까지 허가해준다니 맘먹고 한번 투자해보려는데 숟가락이 너무 많다는 속내다. KT는 “정통부가 시장 활성화보다는 유효경쟁에 초점을 둔 것 같다”며 “실상 정통부가 사업권을 희망하는 사업자는 다 주겠다는 것이다”고 말한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정통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경쟁 촉진’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왕이면 많은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KT는 똑같은 목표인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사업자가 너무 많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업자가 너무 많으면 수익성이 나빠져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논리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지는 3년 정도 뒤면 알 수 있겠다.
KT가 다소 위안을 얻고 있는 것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조건으로 고려됐던 ‘자회사 분리방안’이 채택되지 않은 것이다. 또 와이브로와 유사 서비스, 즉 WCDMA와의 서비스, 투자의 조화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내용도 앞으로 SK텔레콤을 견제하는데 유력한 도구로 맘에 맞다. 비록 KT도 계열사인 KTF가 WCDMA 사업자이고 계열사의 투자계획 역시 심사의 대상이지만 ‘몸체’와 ‘계열사’가 어디 같냐는 분위기다.
KT는 이미 구성된 70여명의 ‘차세대휴대인터넷사업본부’가 1주일 뒤면 90명으로 확대된다. 거기에 차세대통신망 연구소, 서비스개발 연구소 등 여러 연구소에서 지원되는 인력까지 합하면 거의 1백명을 와이브로에 투입해 사업권 획득과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 SKT “잘했습니다. 잘했어요”
SK텔레콤은 이전 정책 초안 발표 당시의 분위기대로 사업자가 3개로 확정되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이 두려워했던 것은 KT 주장대로 유선사업자 2개에만 사업권을 주는 구도. 하지만 석장이 됐으니 혹시나 하며 챙겨왔던 하나로텔레콤과의 제휴도 이제 끌려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과는 이미 포괄적인 제휴를 맺어 장기적으로 회사차원에서 협력할 수는 있지만 현재 와이브로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불과 몇 달 전과는 태도가 딴판이다.
SK텔레콤이 다소 걸리는 것은 전기통신 관련 법령 위반 횟수가 고려된다는 점인데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WCDMA와의 투자 계획의 조화에 대해서는 “와이브로와는 전혀 별개로 WCDMA 투자를 진행할 것이다”고 밝혀 우려를 일축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부분이 그나마 제일 많이 반영된 SK텔레콤은 “출제범위가 정해진 만큼 이제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조금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 하나로 “MVNO 도입 의미 없어”
하나로는 정통부가 서비스 개시 이후 추가로 MVNO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유감이다. 이미 사업자 수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나 경쟁이 올라가고 사업권 가치가 떨어진 것도 불만인데 MVNO까지 도입하는 것은 경쟁만 치열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 자신을 빼고는 유력한 후보가 모두 시장 지배적사업자라는 점에서 지배적사업자에게 검토됐던 분리된 자회사에게 사업권을 주는 방안이 철회된 것도 불만이다. 하나로 관계자는”시장 지배력이 와이브로로 전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심사기준에서 WCDMA와의 투자계획 조화를 심사하겠다는 부분에서는 강한 동의를 표시했다. WCDMA와 와이브로가 경쟁관계가 있다는 점이 공식적으로 표명된만큼 아무래도 WCDMA 사업권이 없는 자신들이 유리하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 데이콤 “컨소시엄 가점 줬어야”
줄곧 3개 사업자 선정을 희망했던 데이콤에게 3개 사업자, 그리고 MVNO 추가 도입은 환형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컨소시엄 가점이 고려되지 않은 점은 불만이다. 데이콤은 지금껏 LG의 통신계열사야말로
LG텔레콤의 이동통신, 데이콤의 유선통신, 그리고 CHOL닷컴의 콘텐츠를 묶어서 유무선 통합 컨소시엄으로 컨소시엄에 가점을 줄 경우 가장 유리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행여 사업권이 2장으로 제한돼 사업 기회가 힘들어질까봐 염려했지만 사업권이 석장으로 확정돼 상당히 안도하는 분위기다. 데이콤은 비록 유무선 컨소시엄 가점이 없어졌지만 이미 LG텔레콤 인원과 함께 구성된 차세대 무선인터넷 추진단을 계속 끌고갈 방침이다.
* “투자 열심히 하겠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은 사업자 선정 방안에 항목에 따라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면서도 한편으로 정부가 원하는대로 와이브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KT의 경우 이미 중장기 사업전략으로 와이브로를 핵심 성장엔진으로 설정해 ‘집중 투자’야 말할 것도 없다는 분위기고 SK텔레콤 역시 WCDMA때문에 두 서비스의 투자가 줄어드는 부분은 염려할 것 없다는 대답이다. 정부가 ‘투자 촉진을 위한 서비스 활성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만큼 그대로 따라주겠다는 것이다.
또 사업자수가 많아진만큼 지나친 중복투자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통부 요구대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기지국을 100% 활용해 중복투자 우려를 없애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번 와이브로 허가정책 방안은 정부가 대놓고 밝힌대로 ‘투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진 면이 강하다. 이미 4년전 WCDMA 사업권을 받아놓고도 돈이 안돼 썩이고 있는 통신사업자들도 여전히 정부가 원하는대로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