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9:59
수정2006.04.02 10:02
'복고의 틀 속에 럭셔리와 로맨티시즘 스포티즘 빈티지 등 다양한 감성을 녹여낸 이번 컬렉션의 키워드 톱5.''경쾌하고 스포티한 캐주얼 디자인을 주류로 스트리트패션적인 요소를 가미.''남성복에서 레트로 열풍은 메트로섹슈얼 트렌드와 결합되면서.''네티즌들이 뽑은 인기검색어는 매스티지와 트렌디스.'
최신 유행어사전 없이 이런 말을 이해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세계화 열풍 속에서 우리말은 자꾸 줄어든다.
이대로 가면 조사와 접미사 대명사만 남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패션이나 골프,인터넷 관련 용어의 경우 불가피한 것들이 있다지만 일상적인 대화에서까지 외래어가 판친다.
'필링이 통하고''니즈를 충족시키고''웰빙을 위해 슬로푸드를 먹고' 등.
말(언어)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전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다.
말에 따라 사고체계가 바뀔 수 있고 따라서 언어야말로 민족의 토대라고 하는 건 그런 까닭이다.
중국의 경우 텔레비전(電視) 컴퓨터(電腦) 스튜어디스(空中小姐)까지 자국어로 만드는데 비해 우리는 외래어에 약어 조어까지 섞어 국적불명의 말을 마구 쓰고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공모한 네티즌의 우리말로 '누리꾼'(누리는 세계,꾼은 사람)이 선정됐다고 한다.
국어연구원은 7월부터 인터넷 공모와 투표를 통해 참살이(웰빙) 그림말(이모티콘) 다걸기(올인) 꾸림정보(콘텐츠) 아자(파이팅) 등의 우리말 대체어를 만들었다.
외래어의 우리말화 작업은 중요하고 시급하다.
그러나 말이란 무조건 만든다고 다 통용되는 건 아니다.
의미상으론 아무리 그럴싸해도 작위적이거나 이상하면 퍼지기 어렵다.
북한말 가운데 리본을 댕기,팬터마임을 몸짓극,프라이팬을 지짐판이라고 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베란다를 내밈대,터널을 차굴,투피스를 나뉜옷,컨테이너를 짐함,불도저를 평토기라고 한다는 건 그럴듯해 보이지만 낯설다.
파이팅의 경우 '힘내자'로 바꿨었지만 안쓰였다고 하는 반면 '참살이'는 만들자마자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갓길(노견) 나들목(인터체인지) 돋을새김(양각)은 정착된 경우거니와 누리꾼이나 아자가 네티즌과 파이팅을 제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