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재욱(33)이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 영역을 확보해가고 있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준 작품은 물론 '별은 내 가슴에'.


거기서 그는 '노래 잘하는 왕자'였다.


그게 다였다.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들은 환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다.


그는 때론 허풍쟁이(엄마야 누나야)로, 머리 좋은 사기꾼(선녀와 사기꾼)으로, 허황한 꿈을 좇는 연하의 남편(천생연분)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사람 냄새'를 내보였다.


안재욱이 또 한번 '진한' 사람냄새를 풍겨보겠다고 나섰다.


'구미호 외전' 후속으로 13일부터 전파를 타는 KBS 월화미니시리즈 '오! 필승 봉순영'(극본 강은경.연출 지영수)이 그것이다.


지난 2월 막을 내린 '천생연분' 이후 7개월 만에 출연하는 이번 드라마에서 안재욱은 주인공 오필승을 연기한다.


오필승은 어느날 갑자기 업계 최고의 유통회사 후계자로 앉혀진,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백수건달.


내 이익 때문에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은 죽어도 못하고 한번 빠진 사랑에 맹목적으로 목숨 거는 순수 청년이다.


요즘 보기 드문 '천연기념물'인 셈.


그는 이 드라마에서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는 여주인공 봉순영(채림)과 알콩달콩 사랑을 엮어간다.


"오필승은 표현에 내는 방식에서는 '천생연분'에서 연기한 '석구'보다 좀 더 적극적인 인물입니다. 그런데 가진 것은 '석구'보다 더 없어요."


오필승 역은 코믹함을 전면에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천생연분'의 '석구'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천생연분'의 성공에 힘입어 연기스타일의 방향을 코믹 쪽으로 틀었다는 오해도 살 만하다.


그러나 그의 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는 "저 나름대로 작품의 선택하는기준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할까?


"저는 작품을 고를 때 작품 소재와 감독의 역량을 먼저 봐요. 그런 면에서 지영수 감독은 자기 색깔과 고집이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 감독이 사물을 보는 독특한 시선을 가졌고 틀에 짜인 촬영기법을 거부한다는 점 등을 높이 샀고 제작팀의 팀 컬러(team color)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안재욱은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을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라고까지 말했다.


안재욱의 말에서 배우로서 성숙함이 묻어났다.


안재욱은 최진실과 함께 출연한 MBC 드라마 '별은 내가슴에'를 통해 빅스타로 발돋움했다.


그가 극중에서 맡은 '강민' 역은 한 마디로 '폼' 잡는 재벌 2세.


최근 폭발적 인기를 모은 '파리의 연인'의 '기주' 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 팬클럽 식구들과 함께 한 캠프에서 팬들이 '별은 내 가슴에'의 '강민'역 같은 역할 다시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그런 역할 하라고 해도 못하겠어요. 굉장히 간지러워서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채림과는 MBC 드라마 '짝'에서 이종사촌으로 만나 적이 있다.


안재욱은 "채림이 중고등학교 시절, 함께 '짝'에 출연했는데 채림이 학교 끝나고 교복입고 촬영장에 왔던 것이 기억난다"며 "순수한 느낌은 그대로인데 결혼 후 굉장히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욱은 이 드라마를 찍은 뒤 곧바로 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원=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