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일 미국 중국 호주 등 9개국과 진행 중인 쌀시장 개방 재협상과 관련,"협상 대상국들 가운데 유독 중국만 무리한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다"며 "(까다로운 조건들을 수용하느니) 관세부과 방식으로 쌀시장을 개방하는 쪽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재길 외교통상부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대사도 이날 외교통상부 정례 브리핑에서 "관세화를 통한 쌀 수입을 유예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상대국 요구조건이 과도할 경우 실리 확보 차원에서 정부 입장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관세부과 방식의 쌀시장 전면 개방을 강력 시사했다. 이와 관련,정부는 한국과 중국간 이견차가 더이상 좁혀지지 않을 경우 이달 안으로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개방'을 전격 선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3차 협상에서 중국 정부는 쌀 의무수입 물량을 대폭 늘리는 것 외에 각종 통상 현안들에 대해서도 한꺼번에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상당부분은 수용 곤란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국내 소비량의 4%(올해 20만5천t)로 돼 있는 의무수입 물량을 2∼3배로 늘리고 이 중 중국산 쌀 수입 비중을 70∼80% 이상 유지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쌀 이외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를 대폭 완화하고 중국산 농산물에 주로 부과되는 고율의 조정관세 품목수를 축소하며 관세율도 인하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태국 호주 등도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걸었으나 협상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한국 정부가 쌀 관세화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무리한 조건들을 내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과거 마늘 분쟁에서 한국산 휴대폰의 중국 수출과 연계하는 협상전략을 채택,한국에 대한 마늘 수출을 늘리는 데 성공했었다. 한국과의 쌀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호주 태국 캐나다 인도 이집트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9개국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