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나 보증인으로부터 피해나 손실을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사건에만 지급됐던 피해자구조기금도 지급 대상이 대폭 확대된다. 김승규 법무장관은 2일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로써 피해자보다는 피의자의 인권강화나 수사권 강화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아온 형사정책이 상당부분 균형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는 우선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을 존중받으며 공평하게 대우받을 권리 등 피해자의 권리를 종합적으로 규정한 '범죄피해자기본법'을 제정,내년 상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재판중에도 피해보상=이번 대책에는 피해자들의 신속한 원상회복을 위한 방안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특히 '형사재판상 화해제도'를 도입,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합의 내용을 형사재판 조서에 기재하면 형 확정 후 피해자가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도 피고인과 보증인으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는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형사소송과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또 피해자 구조요건을 완화하고 지급금액도 늘려 신속한 원상회복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벌과금,몰수·추징금의 일부를 국가로 귀속시키고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구조기금을 설립키로 했다. 현행 피해자구조제도는 가해자가 불분명하거나 생계유지가 곤란한 사람으로 한정하는 등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지난해 87명의 피해자에게 8억2천만원의 구조금이 지급됐다. 법무부는 또 법률구조공단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명령 신청을 대행할 수 있도록 '배상명령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피해자 참여 확대 및 2차피해 예방=법무부는 형사사법 절차에 피해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범죄 피해자가 원할 경우 공판기일 및 공판 진행상황 뿐 아니라 판결내용,석방·가석방 사실,출소 후 주소 등까지 통보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고소 고발인에 한해 기소·불기소 이유 정도만 알려줬었다. 또 미란다원칙에 준해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제반 권리와 제도를 피해자에게 알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피해자의 인격권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한 비공개 재판이 인정되는 것은 물론 참고인 및 증인신문 과정에서 피해자의 육체·정신적 상처를 감안,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변호인의 동석이 허용된다. 비디오 중계방식에 의한 증인신문도 도입되고 법원에 별도의 피해자 대기실도 설치된다. 법무부는 이 밖에도 향후 검찰조직 개편에서 각 검찰청에 피해 상담,법정안내,법정증언 상담,정보통지,증거물 반환 등 지원업무를 맡을 피해자지원과를 신설할 예정이며 피해자의 상처극복 및 재활지원 등을 맡는 공익법인 형태의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설립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