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비만을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체 국민의 61%가 과체중이고 그 가운데 27%가 비만환자로 분류될 정도니 전염병치고는 아주 고약한 병인 셈이다. 그래서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얘기들을 한다.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이고 또 하나는 비만과의 전쟁이다. 이런 심각성을 확인이라도 하듯 요즘 미국에서는 비만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사이즈 미(Supersize Me)'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모건 스펄록 감독의 체험을 실감나게 옮긴 것인데 그는 한달 동안 하루 세끼를 맥도날드 음식으로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몸무게는 11kg이나 불어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정신적으로는 우울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패스트푸드는 악(惡)이라는 결론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번역 출판된 '비만의 제국(Fat Land)'도 지난해 출간 이후부터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비만은 과식이나 운동부족,유전적 요인 등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왔으나 사실은 돈과 정치적 논리에 휘둘린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정치권은 득표전략으로 또는 물가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고지방 팜유의 대량 수입을 허용했고,업계는 소비자 건강은 아랑곳없이 고칼로리의 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잇속만을 챙겼다고 고발하고 있다. 뚱보들에 대한 해결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만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당면한 문제로 등장했다. 어른들의 30%가 비만이고,해마다 비만인구가 3%씩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아이들의 비만은 도를 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많은 의학자들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질병으로 당뇨를 꼽는다. 그런데 당뇨병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요인은 비만이다. 비만은 잘못된 시스템이 빚은 사회병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식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웰빙바람도 비만과의 전쟁에서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