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유가] '국제유가 고공행진 어디까지 갈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때 배럴당 50달러에 바짝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원유시장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1년전보다 40%정도 높은 상태다.
국제유가는 그러나 테러,이라크사태 등의 지정학적 변수와 투기세력의 가세여부에 따라 언제든 다시 급등세로 돌변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가 조정을 거쳐 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아직 추세하락 아니다=뉴욕상품거래소에서 매매되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최근월물은 지난 주말(8월27일) 배럴당 43.18달러로 마감됐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WTI의 이날 종가는 1년 전 대비 39%,연초 대비 30% 급등한 수치다.
런던석유거래소의 브렌트유 최근월물(40.64달러·27일 종가기준) 및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36.60달러)도 각각 1년 전에 비해 38%,32% 동반 급등했다.
WTI는 지난달 20일 배럴당 49.40달러,두바이유는 40.99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원유시장 거품론'이 확산되고 이라크사태가 호전조짐을 보이면서 지난주에는 비교적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지난주 유가조정을 추세하락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적다.
지나친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유가가 조정을 거치고 있지만 현재의 원유시장 여건상 언제든 재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얼라론트레이딩의 석유애널리스트 필 핀은 "테러프리미엄과 수요증가가 유가하락을 막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올해 전세계 석유수요가 지난해보다 하루 1백95만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증가량은 지난 1988년 이후 최대다.
퀘스트인터내셔널의 석유중개인 케빈 커는 "원유시장에 가격상승 요인이 여전히 너무 많다"며 "악재들이 다시 불거지면 유가가 5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원유시장에 거품이 심하다는 분석을 근거로 유가정점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투기프리미엄·설비확대가 핵심변수=산유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IEA는 전세계 석유수급이 하루 8천2백만배럴로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이런 수급분석을 비웃듯 연초 대비 30%나 급등했다.
이는 원유시장이 수급보다 테러,이라크사태 등 외부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시장분위기와 저금리에 편승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머니게임에 나서면서 유가를 수급논리 이상으로 급등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원유시장의 '투기 프리미엄'이 배럴당 10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원유시장에서 투기·공포프리미엄이 높아진 것은 기본적으로 수급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여력 부족으로 비상시 완충역할이 약해진데 반해 소비증가로 향후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프리미엄이 높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유가 고공행진의 진짜원인은 투자부족 때문이라며 "지난 20여년간 유전개발,정제시설 확충소홀로 상당 기간 고유가 시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원유시장상황을 종합해보면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투기·공포프리미엄 요소들의 전개추이,중장기적으로는 산유·정유시설 투자 정도에 따라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프리미엄 수치를 높였던 요인 중 이라크 및 베네수엘라 정정불안은 어느 정도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사태,테러불안,달러약세 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 확대가 유가안정 효과를 내기까지는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석유위기 가능성을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서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석유의 힘'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