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때 늦은 후회 ‥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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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홍 서울보증보험 사장 jung45@sgic.co.kr >
잊지 못할 선생님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이다.
조그만 시골학교에서 5학년을 마치고 대도시 명문학교로 전학와서 처음 뵙게 된 분이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 부딪혀 어리둥절해 있던 내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용기를 주셨다.
전학 오자마자 치른 첫번째 한문시험에서 만점을 받자 나를 강단 위로 불러 칭찬하시고,"너희들은 시골에서 갓 올라온 학생만도 못하냐"며 다른 친구들을 다그치기도 하셨다.
이 일로 나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 될 수 있었다.
같은 해 무척이나 무더운 여름 밤이었다.
큰길로 나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때 뭔가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 게 아닌가.
당황한 나머지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고 허겁지겁 안으로 뛰쳐 들어가 버렸다.
삼남매를 공부시키느라 어머님 혼자서 조그만 가게를 얻어 양장점을 하셨고,거기에는 딸린 방이 없었으니 일이 끝날 때까지는 마땅히 공부할 자리도 잠자리도 없었다.
가난한 우리집 사정을 고스란히 들켰으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 후 뒤따라 가게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어머니를 만나 매우 착한 아이라고 나를 칭찬한 뒤 '아이스케키'를 사주고 돌아가신 적이 있다.
이 일이 있은 후 선생님은 나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 주셨고,어느덧 내 인생의 스승이 되어 있었다.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들 때면 선생님을 떠올리며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인생의 버팀목이 돼 주셨던 은사님을 그저 마음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었을 뿐 한번도 찾아 뵙지 못했다.
"꼭 한번 찾아뵈야 하는데…"하면서도 조금 더 성공해서 선생님이 자랑스러워 할 때 나타나야지 하며 차일피일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 뒤늦게 행방을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은사의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뒤였다.
이 때의 후회스러움과 자책감은 아직도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좋은 포도주를 빚기 위해선 알맞은 숙성기간이 필요하고,깊은 장맛을 내기 위해선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항아리에서 발효되는 그윽한 시간도 필요하다.
또 1분만 늦어도 떠난 기차는 돌아오지 않는다.
적절한 시기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처럼 때를 미루다 후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모하다시피 조급하게 달려들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살아가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인 듯 싶다.
잊지 못할 선생님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이다.
조그만 시골학교에서 5학년을 마치고 대도시 명문학교로 전학와서 처음 뵙게 된 분이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 부딪혀 어리둥절해 있던 내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용기를 주셨다.
전학 오자마자 치른 첫번째 한문시험에서 만점을 받자 나를 강단 위로 불러 칭찬하시고,"너희들은 시골에서 갓 올라온 학생만도 못하냐"며 다른 친구들을 다그치기도 하셨다.
이 일로 나는 자신감을 갖게 됐고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 될 수 있었다.
같은 해 무척이나 무더운 여름 밤이었다.
큰길로 나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시험공부를 하고 있을 때 뭔가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 게 아닌가.
당황한 나머지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고 허겁지겁 안으로 뛰쳐 들어가 버렸다.
삼남매를 공부시키느라 어머님 혼자서 조그만 가게를 얻어 양장점을 하셨고,거기에는 딸린 방이 없었으니 일이 끝날 때까지는 마땅히 공부할 자리도 잠자리도 없었다.
가난한 우리집 사정을 고스란히 들켰으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 후 뒤따라 가게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어머니를 만나 매우 착한 아이라고 나를 칭찬한 뒤 '아이스케키'를 사주고 돌아가신 적이 있다.
이 일이 있은 후 선생님은 나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 주셨고,어느덧 내 인생의 스승이 되어 있었다.
살아가면서 어렵고 힘들 때면 선생님을 떠올리며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인생의 버팀목이 돼 주셨던 은사님을 그저 마음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었을 뿐 한번도 찾아 뵙지 못했다.
"꼭 한번 찾아뵈야 하는데…"하면서도 조금 더 성공해서 선생님이 자랑스러워 할 때 나타나야지 하며 차일피일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어 뒤늦게 행방을 찾아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은사의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뒤였다.
이 때의 후회스러움과 자책감은 아직도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한다.
좋은 포도주를 빚기 위해선 알맞은 숙성기간이 필요하고,깊은 장맛을 내기 위해선 햇볕과 바람을 맞으며 항아리에서 발효되는 그윽한 시간도 필요하다.
또 1분만 늦어도 떠난 기차는 돌아오지 않는다.
적절한 시기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처럼 때를 미루다 후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모하다시피 조급하게 달려들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살아가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