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IT산업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개정됐지만 저가입찰 제한규정이 미비해 사실상 법의 효력이 없습니다."(A회사 C부장)

지난주 시스템통합(SI) 업계에 '1원 입찰' 사건이 재발했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여만이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업계 종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1원 입찰'을 가능케 만드는 관련 법규의 허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피해를 입은 경쟁사들은 물론 '1원 입찰'의 당사자로 관련 업계의 비난을 받았던 포스데이타도 제도의 맹점을 지적하는 데는 같은 입장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ETCS(자동요금징수시스템)시범사업자 선정은 소프트웨어사업으로 발주된 것이 아니라 도로공사의 시설물 구매사업으로 발주됐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소프트웨어사업으로 발주될 경우 해당 사업 추정비용의 60% 이하인 입찰가격은 낙찰받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도로공사는 관련 법규에 소프트웨어 범위가 좁게 정의돼 있다는 점을 간파,최저가입찰 방지규정을 피해가기 위해 시설물 구매사업으로 입찰에 부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의 융합·복합화가 진전된 상황에서 순수하게 소프트웨어사업으로 한정할 수 있는 사업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지능형교통사업(ITS)이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구축,전자태그(RFID)사업 등 SI업체들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분야 대부분이 하드웨어사업과 맞물린다.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를 구현하거나 홈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건설사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

국가계약법의 최저가입찰 방지규정이 그 적용범위에서 허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물론 모든 것을 상황 탓으로 돌리며 '상식 이하'의 저가입찰과 과당경쟁을 정당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현 법규로는 '1원 입찰' 관행을 근절시킬 수 없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면 제도개선이 마땅히 추진돼야 한다.

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현실에 맞도록 개정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문제다.

김동욱 IT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