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에서 일반분양 일정이 연기되는 재건축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업계 및 재건축조합측에 따르면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원의 반발로 조합장이 교체(신도곡)되거나 재건축결의가 법원에서 무효처리(도곡2차)되는 등의 이유로 인기 재건축단지들의 분양일정이 연이어 늦춰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도곡주공2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관리처분을 통과시킨지 7개월이 넘도록 일반분양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관리처분총회 전 이뤄진 재건축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내려졌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부담금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재건축2팀 공태국 부장은 "지난달 2심 판결 이후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을 근거로 주민동의를 다시 받고 있어 요건을 갖추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측은 2심 패소 이후 대법원의 판결이 자칫 내년으로 늦춰져 개발이익환수 대상 단지에 포함될 경우 복잡해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최종 판결이 개발이익환수제 실시 이후로 늦어져 임대아파트 10%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올 상반기 일반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역삼동 신도곡아파트도 수차례에 걸쳐 분양일정을 수정하고 있다.

공사지연에 따른 무상지분율 인하(1백80%→1백77%)와 공사비(평당 4백만원대)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 때문에 번번이 관리처분총회가 부결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29일 열린 관리처분총회에선 기존 조합장 및 임원이 해임되고 시공사(현대산업개발)와의 본계약건이 무산되는 진통을 겪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됐던 삼성동 영동차관(AID)아파트의 일반분양 일정도 10월 초로 다시 연기됐다.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2천70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조성되는 데다 4백가구가 넘는 비교적 많은 분양 물량으로 청약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단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강남사업소 관계자는 "상가조합측이 '재건축결의시 상가측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법원에 낸 재건축결의무효확인소송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가조합측과 거의 합의단계까지 왔다"며 "9월 중으로 관리처분총회를 열고 10월쯤 일반분양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