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식혀주는 단비 속에 졸린 눈을 비비며 4천만 국민이 보낸 응원의 열기를 그들은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한국 축구 올림픽대표팀이 18일 새벽 말리를 상대로 한편의 드라마같은 막판 동점극을 연출하며 `첫 올림픽 8강 진출'의 낭보를 전해오자 밤잠을 잊은 채 응원하던 시민들은 환호의 함성을 질렀다.

이날 새벽 집이나 술집, 축구경기장 등에서 한국팀을 응원한 뒤 출근길에 나선시민들은 "하나도 피곤하지 않다"거나 "경제도 어려운데 기쁜 소식을 듣게 돼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 밤샘 응원전..전국이 `불야성' = 여름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시내 아파트단지, 주택가 곳곳은 한밤중에도 훤히 불을 밝힌 채 한국 축구팀을 응원하는 열기로가득했다.

시민들은 이날 새벽 집이나 시내 대형 맥주집, 또는 응원전이 마련된 축구경기장 등에서 가족ㆍ친구ㆍ연인과 함께 축구 응원을 펼쳤다.

일부 시민들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응원하는 `준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남 압구정동, 신사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오전 3시가 넘은 시간에도 두세 집마다 불이 켜 있을 정도로 올림픽 8강을 향해 질주하는 한국팀에 열띤 응원을 보냈다.

대형 프로젝션 스크린을 갖춘 신림동 고시촌의 해리피아, 강남 압구정동의 놀이등 주점에서도 응원전이 벌어졌고, 월드컵 수원경기장에선 빗줄기 속에서도 400여명의 시민이 모여 밤샘 응원전을 펼쳤다.

`3-0'이라는 `절망적인' 스코어 때문에 기대를 접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던시민들은 아침에 일어나 막판 추격전으로 8강 진출이 성사됐다는 소식에 `마술 같다'며 흥분과 함께 `막판 동점극'을 지켜보지 못한 아쉬움을 표했다.

모두 6골을 주고 받은 경기 내내 집집마다 `대∼한민국'의 응원 구호가 계속됐고,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에는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한국팀이 만회골을 잇따라 뽑아내는 장면에선 아파트 단지마다 환호의함성을 합창했다.

새벽 응원전 가운데 출출한 속을 채우려는 시민들로 시내 야식당들은 밤새 주문전화를 받느라 응원도 못한 채 분주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야식업체 운영자는 "축구 경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쇄도하고 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 "월드컵 4강 신화 재현하자" = 대학생 김모(23)씨는 "1골이라도 더 허용할까봐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쥔 경기였다"며 "올림픽에서 처음 8강에 진출했는데 월드컵4강 신화를 다시 한번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백영진(54)씨는 "축구를 보고 새벽에 출근했다"며 "경제도 어려운데 축구에서라도 기쁜 소식을 듣게 돼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회사원 이모(30)씨는 "전반전 보고 나서 허탈한 마음에 후반전을 볼 의욕이 떨어져 잠이 들었는데 3 대 3 동점이 돼있더라"며 "잠든 사이 마술이라도 벌어진 것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8)씨도 "전반전을 보면서 너무 허탈해 했는데 후반전 동점이 되니 마치 메달이라도 딴 듯 기뻤다"며 "8강에서 이탈리아나 파라과이, 가나와 만난다는데 어느 팀과 만나든 반드시 이겨서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홍모(29)씨 "전반에 2점이나 허용해 8강 진출이 좌절된 줄 알고 잤는데 아침에 깨보니 기적처럼 동점이 돼 있어 깜짝 놀랐다"며 "회사에서 좀 졸리겠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박상돈.안희.양정우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