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유동성 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국내 장기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는 사상 초유의 '내외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10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연 4.19%로 전날보다 0.12%포인트나 급락,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연 4.25%)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와 한국 국고채간 스프레드(금리차이)는 2003년 전까지만 해도 1∼2%포인트에 달했지만 올들어 빠르게 축소돼오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를 계기로 마침내 역전된 것이다.

장기금리는 통상 해당 국가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번 한ㆍ미간 금리 역전은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전망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내외금리가 역전된데 대해서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등 부작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보유한 여유자금이 국내보다 수익률이 높아진 해외 증권투자 등에 쏠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금금리를 추월하는 '물가-금리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세전 실질금리가 지난 7월중 마이너스 0.6%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실질금리는 올 1월 0.75%에서 2월 0.72%, 3월 0.8%, 4월 0.6%, 5월 0.52%, 6월 0.23%로 떨어져 왔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한국은행이 가중평균 금리를 산정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2003년 3월(0.2%)에 이어 두번째이지만 이번에는 고물가와 초저금리라는 추세적 흐름에 따른 것이어서 사실상 첫 역전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퇴직자 등의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자소득세율을 낮추는 등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장진모ㆍ박수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