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법 사장의 지론중 하나가 '궁하면 통한다'이다.

일단 일을 벌여놓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론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76년 금호실업은 포항제철로부터 3만3천t의 열연코일 물량을 받았다.

박 사장은 미국 서부에 열연코일을 내려놓고 판로를 뚫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지 철강 딜러들의 방어벽은 철벽처럼 두꺼웠다.

좀처럼 판로가 열리지 않았다.

박 사장은 아이디어 하나를 냈다.

현지에서 가공 판매를 담당할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물량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현지 딜러들의 사정권 밖에 있던 가공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결과적으로 서울에서는 중간 마진을, 현지에서는 판매 마진을 거둬들여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맛을 들여 이듬해 포항제철로부터 후판을 선매한 것이 화근이었다.

후판은 조선소에 직접 팔거나 조선 딜러들에게 판매해야 하는 이이템이다.

소매판매가 가능한 열연코일과 달리 도매가 대부분이다.

딜러들은 금호를 외면했고 거대한 선박에 들어갈 철제품을 가공하기란 불가능했다.

시간이 흘러 재고상태의 후판에 녹이 슬기 시작했다.

눈물을 머금고 헐값 처분에 나서야 했다.

회사는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박 사장은 "과도한 자신감이 일을 그르친 케이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