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 경원대 겸임교수.산업문화硏소장 >

나는 아무래도 요즘의 한국사회가 게오르규 소설 속의'25시'에 걸쳐져 있는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무엇 하나 일상의 정시(定時)를 가리키지 못하고,시계는 고장난 채로 분침들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만 같다.

가령 경제 시계를 보면,가까스로 분전하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제의 긴축,게다가 유가(油價)의 폭등 때문이다.

설비투자와 소비가 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지만 수출이 펑크 나면 만사휴의(萬事休矣)이다.

지금 정치의 시계는 고장난 지 오래다.

상생(相生)정치를 하겠다더니 여·야의 공방이 갈수록 험악해 지고 있다.

과거사 따지기가 하필 민생(民生)이 가장 어려울 때 해야 할 일인지,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시급한 건 경제 살리기다.

자칫하다간 IMF 파랑(波浪)같은 것이 또 밀려 와 몽땅 다 함께 떠내려 갈 판이다.

정치권이 또 유념해야 할 건,지금 우리 사회가 그들을 모방,서로 화합하는게 아니라 갈갈이 찢겨져 각양각색의 싸움판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모양으로 분열되어 나아가다간 남북분단에 얹혀 남남분단이 이 정권에 들어 더욱 본격화되는 건 아닌지,걱정하는 민초(民草)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찰관이 피의자의 칼에 희생되는 사회,이건 또 뭔가?

이런 것 역시 한국경제의 '우울증'을 부채질하게 될 따름이다.

누구 말마따나 경제란 화분 속의 꽃과 같은 존재다.

따라서 그 화분 주변의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더럽고 소음이 들끓는 무질서가 화분 주위에 팽배하게 되면 그 나라 경제는 조만간 파국을 맞게 되기 마련이다.

선진국 문턱에까지 이르렀다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아르헨티나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경제가 지금 그 시험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