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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불황속에서 때 아닌 대리점 확장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자사 대리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불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최고경영자들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양사간 자존심을 건 대리점 전쟁은 TV 맞대응 광고,대리점 지원 분야에서 미묘한 신경전 양상을 띠며 벌어지고 있다.
신제품 출시 경쟁에 치중했던 양대 가전업체가 대리점 강화 경쟁으로 선회한 것은 두 회사간 '기 싸움'을 넘어 대리점을 내수침체 탈피의 돌파구로 활용하는 동시에 급성장하고 있는 가전 양판점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LG전자는 가전양판점과 TV홈쇼핑 등의 영향으로 50% 수준까지 떨어진 대리점 판매 비중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전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치열한 광고전
삼성전자가 지난 6월 대리점 TV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하자 LG전자도 전속대리점을 홍보하는 TV광고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9일 "자체 대리점인 '디지털 LG'를 알리기 위한 TV광고 제작을 마쳤으며 조만간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라며 "LG전자가 제품이 아닌 대리점을 광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조만간 후속편을 제작해 연말까지 광고를 계속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두달 동안 광고를 내보낸 결과 디지털프라자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을 뿐 아니라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하이마트처럼 시리즈 광고를 제작해 광고를 계속 내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리점 지원 강화
양대 가전업체는 대리점에 대한 지원도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5백여개인 대리점 수를 연말까지 7백여개로 늘리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대리점 확충에 나섰다.
특히 유통업 유경험자가 1백평이 넘는 대형 대리점을 낼 경우 임차보증금을 최고 70%까지 빌려 주고 인테리어 비용도 최고 80%까지 대신 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LG전자도 비슷한 지원책을 제시하며 대리점 개설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라이벌 기업인 탓에 어느 한쪽이 대리점 지원 방침을 발표하면 다른 쪽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두 회사 모두 전속대리점을 키워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대리점 지원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지원 외에도 양측 최고경영진이 직접 대리점을 찾아 마케팅을 독려하고 있다.
김쌍수 부회장은 7월 이후에만 10여개 대리점을 방문하는 등 최근들어 대리점 방문 횟수를 늘리고 있다.
윤종용 부회장도 시간을 쪼개 대리점 방문에 할애하는 등 대리점 강화 전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양대 가전 업체간 한치의 양보없는 대리점 전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가전 양판점들은 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