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이 3.7%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놨다.

지금까지 가장 비관적이었던 모건스탠리 전망치(3.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민간의 경기인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부는 낙관론으로만 일관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인식의 불일치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위기감을 더하는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3%대 성장률 전망을 근거없는 비관론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보기엔 결코 그렇지 않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 왔던 수출증가율 둔화 등 그런 전망의 전제조건들을 보면 특히 그렇다.

수출증가율 둔화 우려는 충분히 나올 만하다고 본다.

한국은행 기업경기전망 조사에서도 수출기업의 경기 전망은 크게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고유가,가격인하 경쟁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 수출만 믿고 있을 상황이 아니란 목소리가 바로 수출하는 기업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고 투자와 소비에 크게 기대할 수 있느냐하면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다.

올해 설비투자는 74조원으로 여전히 지난 96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투자여건 역시 올해보다 좋을거란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조사한 7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3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기에 7월 생산자 물가가 5년 8개월만에 최고치의 증가세인 5.7%를 기록했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4%에 이르고 있는 것도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게 너무도 분명하다.

정부는 일시적 요인이 크다고 말하지만 심상찮은 국제 원유가 상승이 제대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그 파장은 가늠하기조차 쉽지않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소비자 기대지수 같은 심리지표에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고 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된 6월 산업활동 동향을 근거로 투자와 소비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데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설사 그 점을 인정한다 해도 내수가 수출의 빈자리를 메워 성장을 이끌어 갈 정도가 되리라고 보는 것은 그야말로 근거없는 낙관론일 수 있다.

이헌재 부총리는 어제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민간부문의 이런 비관적 전망을 반박이라도 하듯 내년 성장률이 5.2∼5.3%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경제주체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있게 들릴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는데 막연한 낙관론만 펴다간 정책 대응의 시기만 놓칠 수 있다.

차라리 그것이 정부가 희망하는 목표치라면 그 점을 분명히 하고 투자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데 매진하는 것이 마땅한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