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소비 수출 등 경제성장의 3개축이 모두 삐걱거리고 있다.

고유가와 물가급등이라는 '복병'이 가뜩이나 일그러진 경제를 압박하면서 "하반기엔 회복될 것"이라던 정부 당국자들의 장담은 또다시 공염불이 됐다.

오히려 소비심리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경기를 홀로 이끌어 왔던 수출마저 하루평균 기준으로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대표적인 민간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는 투자 역시 한치앞을 볼 수 없는 국내외 경제상황 때문에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연초부터 줄곧 제기돼온 시장발(發) 경제위기론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역공을 펴왔지만 경제예측에서부터 사안별 대응책 마련 단계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 '최악' '최저'…악화일로 경제지표들

이승우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5일 지난달 말 발표된 6월 산업활동 동향을 근거로 "6월 도소매판매가 1.6% 증가하는 등 내수가 2분기에 바닥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엔 수출과 내수가 쌍끌이 형태로 바뀔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7월 소비자 기대지수는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와 정부의 기대를 무색케 했다.

7월 생산자물가 역시 5년8개월 만의 최고치인 7% 증가세를 기록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의 경우 정부는 상황이 좋았던 지난해 하반기와 대비할 경우 증가율이 다소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이후 석달 간의 수출동향을 분석한 결과,하루 평균 수출액이 4월 9억4천만달러를 정점으로 5월 9억3천만달러, 6월 8억7천만달러 등으로 계속 감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증가율뿐 아니라 절대액수도 줄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수출기업들이 고유가와 가격인하 경쟁의 부담 등으로 채산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수출만 믿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내년이 더 큰 문제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상반기(5.4%)보다는 하반기(4.6%)가, 올해(5.0%)보다는 내년(3.7%)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부터 소비와 투자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정부와 정반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그 이유로 △수출 증가율의 지속적인 하락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의 설비투자 부진 △고유가 상황 등을 들었다.

연구소는 아울러 "하반기에 부동산 가격의 급락과 고유가 상황에 따라 (성장률) 추가 하락의 위험이 있다"며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장기 침체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대책없는 정부

정부는 당초 예측했던대로 하반기 들어 소비ㆍ투자가 확신할 만한 증가 추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경제지표들이 계속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 투자와 생산 물가 등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류제품에 붙는 내국세(교통세와 특별소비세 등) 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가뜩이나 당초 목표보다 세수가 1조원 정도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쉽게 검토 대상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비와 투자촉진을 위해 금리 인하도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 없어 통화당국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박수진ㆍ안재석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