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대대적인 기금 정비 작업에 나선 것은 그동안 기금들이 복잡한 체계와 칸막이식 운영으로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최근 정보화촉진기금 관련 비리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기금 관리 기관들의 도덕적 해이와 관리상의 비효율도 한 이유다.

예산처가 실시한 기금 존치평가 결과에 따르면 22개 기금이 우선 폐지 또는 통합 대상으로 선정됐다.

장기적으로는 10개가 추가 폐지돼 결국 25개의 기금만 살아남는다.

기본 원칙은 자체 재원이 없거나 재원과 사업간 연계성이 미약한 기금은 폐지해 예산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

그러나 대부분 기금이 각 부처 민간단체 정치인 등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올해 말 정부 최종안 확정과 관련 법률 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 자체 재원ㆍ사업 연관성 없으면 우선 폐지

자체 재원이 없거나 재원이 있더라도 사업과의 연계성이 미약한 기금은 1차 폐지 대상 기금으로 분류됐다.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 여성발전기금 방위산업육성기금 근로자복지진흥기금 응급의료기금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과학기술진흥기금 축산발전기금 국제교류기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국제교류기금은 사업 자체가 폐지되고 나머지 기금이 담당하던 사업은 예산사업으로 전환된다.

순국선열애국지사사업기금 여성발전기금 응급의료기금 등은 지난해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에서도 1순위 정비 기금으로 평가됐다.

◆ 성격 비슷한 기금은 통폐합

자체 재원이 있고 재원과 사업 간 연계성도 있지만 유사 기금이나 특별회계와의 통합으로 효율성 제고가 가능한 것으로 판정된 기금도 정리 대상이다.

예컨대 각종 보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술신용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주택신용보증기금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 등은 신용보증기금으로 흡수된다.

문화산업진흥기금과 문예진흥기금은 단기적으로는 '문화진흥기금(가칭)'으로, 국민체육기금과 청소년육성기금은 '체육청소년기금(가칭)'으로 통합 운영되다 장기적으로 폐지된다.

군인복지기금은 군인연금기금에 흡수되고, 장애인고용촉진기금과 고용보험기금도 '장애인고용촉진 및 고용보험기금(가칭)'으로 통합된다.

농지관리기금은 특별회계에 통합돼 사라진다.

이밖에 사학진흥기금과 외국환평형기금 등 9개 기금은 자체 재원이 없거나 재원과 사업간 연계성이 떨어지지만 현실적 이유로 당분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폐지돼야 할 대상으로 분류됐다.

◆ 연금기금 사회보험기금 등은 존속

사회보험성 기금 등과 같이 자체 재원이 있고 재원과 사업간 연계성도 뚜렷한 기금 25개는 살아남을 전망이다.

국민연금기금 공무원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등 연금기금들과 고용보험기금(장애인고용촉진기금과 통합) 산재보험 및 예방기금 등 사회보험기금이 대표적이다.

공적자금상환기금 부실채권정리기금 예보채상환기금 등은 당분간 유지되다 일몰 폐지 시한이 되면 자동으로 없어진다.

복권기금과 FTA기금은 올해 신설된 기금으로 이번 존치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다음 평가 때인 2007년까지는 일단 존속된다.

수산발전기금 중소기업진흥 및 산업기반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 정보화촉진기금 등은 작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정비 기금으로 분류됐으나 이번 평가에서는 존속이 필요한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났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