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언(食言)정치'가 17대 국회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정치와 경제발전을 위한 여야 대표협약'이 발표된 지 3일로 꼭 3개월이 됐지만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면서 현재까지 실천된 것이 없다시피하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현 통일부장관)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 5월3일 대표회담에서 3대 기본원칙과 5대 핵심과제에 합의했다.

3대 원칙 중 맨 위에 올랐던 민생 경제 우선 원칙은 과거사를 둘러싼 감정싸움 속에 뒷전으로 밀렸다.

부패정치 절연과 원칙에 입각한 의회주의 정치구현 약속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5대 핵심과제 중 가장 중시됐던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다.

초당적으로 협력하며 국회 내에 규제개혁특위와 일자리창출특위를 신설,운영하자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재래시장육성특별법 제정과 남북관계발전특위,미래위원회 구성도 미뤄지고 있다.

여야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기업투자 활성화,국제규범에 맞는 노사문화 구축도 다짐했지만 "정치가 장애물이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비아냥대는 말을 듣고 있는 처지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앞장서자는 합의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이념논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는 친일진상규명법과 의문사법 등 과거사 논쟁속에 묻혀버렸다.

국회의원 재산신탁제와 국민·주민 소환제,국회의원 특권제한,기업회계 투명성 법제화 등을 약속했지만 이 역시 아무런 성과물이 없다.

이같은 표류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과반의석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자세고 야당 또한 전면전에 임하고 있어 상쟁(相爭)의 정치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