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할부금융 시장에 거대 외국 자본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국내 카드업계 1위 삼성카드가 세계 최대 자동차 할부금융사인 GMAC(GM 계열)와연합전선을 구축하자, 이에 뒤질세라 국내 할부금융업계 선두인 현대캐피탈도 GE소비자금융과 재빨리 손을 잡았다.

이처럼 굴지의 외국 할부금융사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것은 무엇보다양쪽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GMAC이나 GE캐피털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이 큰 한국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 들어 극심한 내수 침체로 추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은 한해 100만대 이상이 팔리는 큰 자동차 시장이고, 그 성장 속도도 상당히 빠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GMAC이나 GE소비자금융 같은 대형 외국자본이 독자적으로 국내 시장에진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할부금융시장이 거의 자동차 부문에 의존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어 현대차나 GM대우 같은 완성차 업체를 끼지 않고는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현대캐피탈과 손잡은 GE소비자금융의 경우 오래 전부터 국내 시장 자력 진출을 위해 워크아웃 중인 대우캐피탈 등의 인수 가능성을 타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이나 삼성카드로서는 외국금융사의 자본 수혈과 함께 선진 금융기법도입이 절실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내 할부금융업계는 현대캐피탈의 독주 속에 삼성, 대우, LG, 쌍용 등이 할거하는 구도에서 거의 자동차 할부 판매에 목을 매왔다.

그러나 보니 사업 영역이 극히 제한적이고 상품 개발이나 판매 기법도 이렇다할진전이 거의 없었다.

신용평가만 봐도 고객의 담보나 지불능력을 봐서 조건이 맞으면 돈을 빌려주는기초 수준에 머물러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판매시 국내 업체들은 재산, 소득 등 눈에 보이는것만 보고 신용평가를 한다"면서 "반면 외국 할부금융사들은 성실성, 신뢰성 등 무형의 요소도 면밀히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GE소비자금융과 GMAC 같은 외국의 선진 할부금융사들이 국내에 들어온것을 계기로 국내 할부금융업계는 크게 현대캐피탈-GE, 삼성카드-GMAC의 양분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아도 약한 터에 외국 제휴선도 찾지 못한 대우, LG, 쌍용 등 마이너할부 금융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프랑스 르노그룹 계열사의 르노크레디트(RCI)가 국내 영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르노삼성의 국내 위상 등을 감안할 때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작년말 현재 10조원 규모의 국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70% 가량을장악하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2위 삼성카드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선진 금융기법이 국내 할부금융에 접목되면 할부금융 상품의 경쟁력이 자동차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자동차할부를 중심으로 할부금융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상품과 서비스도 현격히 다양화해질 것이 확실시돼 고객 입장에게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회사의 선진 금융기법이 접목되면 이자 등 조건이 훨씬 좋은 상품들이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다"면서 "자동차회사나 고객 모두에게 긍정적인변화가 더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