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천5백여개 기업들의 기계설비 토지 건물 등 고정자산이 지난 99년 이후 4년동안 무려 48조원(12.2%)이나 줄었다는 산업은행 조사결과는 제조업 기반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기업들의 고정자산 감소는 외환위기 이후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자산매각 기업분할 등이 빈번했던 탓도 크다고 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가상각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단정해도 무리는 아니다. 같은 기간동안 현금성 자산은 17조원이 늘어났고,부채비율이 사상최저인 1백16%로 낮아진 것만 보아도 기업들이 돈을 벌어 현금으로 쌓아놓거나 빚 갚는데 썼을 뿐 투자는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설비투자위축과 고정자산의 감소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다.

투자부진으로 인한 생산능력의 저하는 필연적으로 생산기반을 노후화시켜 제조업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의 상실을 불러올 게 뻔하다는 점에서 참으로 염려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경제를 장기침체의 늪에 빠뜨릴 위험도 크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설비투자보다는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려 수요에 대처해 왔다.

이는 단기적으로 보면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경제전문가들이 성장동력의 상실을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산업은행의 보고서가 그간의 우려를 통계로 뒷받침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투자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규제의 철폐,안정적 노사관계 정착,정책의 불확실성 제거 등 그 대책에 대해서도 수많은 논의가 있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자들이나 정책당국의 인식이 너무 미흡하다는 점이다.

차제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언제까지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를 걱정스럽게 쳐다 보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