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대 거상 교귀발.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그는 두부장수와 막노동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소꿉친구 애인인 금환을 부잣집에 빼앗기고 서럽게 고향을 등진 뒤에는 대상의 낙타몰이꾼으로 들어가 장사를 배웠다.

사업에 성공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과부가 된 금환을 아내로 맞아들이고 선물 거래로 큰돈을 모았으나 곧 성공에 도취해 실패하고 남은 재산을 처분, 투자자들에게 이익금을 나눠준 뒤 농사꾼으로 돌아온다.

그러던 어느날 지분을 넘겨받았던 동업자가 찾아와 재기의 용기를 북돋운다.

상계에 복귀한 그는 특유의 미덕으로 고객과 상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산시 상인을 대표하는 거상으로 우뚝 선다.

'교귀발'(하오루춘 지음,문은희·김남희 옮김,왕인북스)은 불운과 좌절을 극복하고 거부가 된 교귀발의 상도(商道)와 기업이념,비즈니스 노하우 등을 소설 형식으로 엮은 전기다.

2백50년 전에 그는 이미 소유·경영의 분리,종업원 이윤배분제 등 현대 경영기법을 실행했고 널리 인재를 찾아 키웠다.

이로써 자식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이후 2백년 이상 가문을 빛낼 수 있게 했다.

이 책은 '진상(晋商)'이라 불리는 산시 상인의 성공비결이 '성(誠)·신(信)·의(義)' 세 글자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중국인들의 마음을 읽으려면 그들의 문화와 역사,돈에 관한 관념을 아는 게 필수다.

그들이 어떤 경영철학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는지,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자세는 어떤 것인지,진정한 부자가 되려면 어떤 방법으로 재물을 취하고 활용해야 하는지를 입체적인 각도로 비춰준다.

21세기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6백16쪽,2만3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