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수출 1천만대 달성'은 불모지에서 일어선 한국 자동차 산업의 쾌거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968년 승용차 생산에 첫 발을 내디딘 현대차는 1976년 고유모델 포니를 수출하면서 자동차를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대차는 특히 최근 5년사이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에 나서면서 수출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였으며 이같은 현대차의 역할로 한국은 지난해 총 3백17만8천대의 자동차를 생산, 세계 전체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자동차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현대차는 이제 국내 3백만대, 해외 2백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톱 5' 달성을 위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 품질로 일군 수출 신화

현대차가 지난 1976년 수출에 나선지 28년만에 수출 누적대수 1천만대를 기록한 것은 일본 도요타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빠른 것이다.

도요타는 수출을 시작한지 25년만에 수출 1천만대를 달성했다.

지난 76년 포니의 남미 에콰도르 처녀 수출로 세계 시장에 첫발을 디딘 현대차는 한동안 일부 지역에 소량의 자동차를 내보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호조를 보이는 듯 했던 자동차 수출은 2차 석유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1979년부터 1983년까지 정체되는 등 현대차는 호된 시련기를 겪어야 했다.

마침내 현대차는 수출 전략형으로 개발한 전륜구동 승용차인 엑셀로 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그러나 가격을 무기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 엑셀의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미국에서 '현대차는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도 이즈음의 일이다.

정몽구 회장이 경영을 맡은 99년 이후, 현대차는 품질 혁신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 공략에 성공한다.

지난 4월 자동차 품질 평가기관인 JD파워로부터 도요타 벤츠 등을 제치고 초기 품질 최우수 기업으로 평가받은 것도 이같은 성과를 반영한 것이다.

◆ 전후방 효과로 경제 성장 견인

현대차의 수출은 한국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자동차 산업은 기계 전자 철강 정보통신 반도체 기초소재 보험 등 거의 모든 산업과 연관돼 있다.

특히 자동차는 외화를 가장 많이 버는 산업이다.

작년 자동차 부문의 무역수지 흑자는 1백96억달러로 한국 전체 흑자 1백55억달러보다 많다.

현대차가 기술 자립화를 통해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99%를 국산화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자동차 수출로 1백2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 측면에서도 중요한 산업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업에 직접 고용된 인력은 21만명으로 전체 제조업의 7.6%를 차지한다.

부품 판매ㆍ정비ㆍ서비스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현대차는 현재 1백만개 가량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성장 기여도가 크면서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는 만큼 현대차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 지속 성장을 위한 과제

세계 자동차 산업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자동차 수요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은 계속 늘고 있다.

작년 한햇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총 5천7백78만8천대이나 실제 생산 능력은 7천만대를 웃돌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간 합종연횡이 빈번하고 생존을 위한 몸집 불리기가 치열하다.

한때 현대차에 기술을 전수했던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빠졌다.

도요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메이저 업체들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품질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전기차나 전기와 가솔린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선진 자동차 업체와 경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협력적이고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현대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익원 기자ㆍ울산=이심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