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다.
후덥지근한 도시를 떠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싶은 계절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웰빙(Well-being)'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풍요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웰빙 여행이 관심을 끌고 있다.
붐비는 인파로, 과다한 바가지요금으로 오히려 스트레스만 얻는 여행이 아닌, 호젓하게 자연에 파묻혀 세상 시름 훌훌 털어 내는 것이 웰빙 여행이다.
파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 못지않게 최근 들어 각광받는 웰빙 여행지가 바로 호젓한 휴양림이다.
일부지역의 경우 예약 경쟁률이 150대 1에 달하는 등 휴양림이 최근 들어 자연 속으로 떠나는 최적의 웰빙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휴양림의 장점은 숲 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산행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 숲을 걷다 보면 숲이 주는 한적함과 신선한 공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고, 풀과 나무가 변주하는 아름다운 총천연색 꽃들은 계절마다 색깔을 달리하면서 숲을 찾는 사람들을 감탄케 한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은 거의 모두 만성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여행 전문가들은 조용하고 깨끗한 숲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산책을 하면 건강과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숲 여행은 건강에도 좋다.
숲에는 산소뿐 아니라 문명병을 치유해주는 음이온과 테르펜(Terpene), 피톤치드(Phytoncide) 등이 가득하다.
삼복더위를 피해 떠나는 휴가길.
꼬리를 무는 차량과 붐비는 인파로 자칫 짜증나는 고생길이 되기 십상이다.
이번 여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좀 덜 닿은 숲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산림욕도 하면서 숲의 향취까지 느낄 수 있는 숲이 아름다운 곳, 머릿속도 맑아지고 피서까지 겸할 수 있는 숲이 좋은 4곳을 소개한다.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
동대 만월산을 뒤로 하고, 그 만월산의 정기가 모인 곳에 고요하게 들어앉은 월정사는 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띤다.
그 앞으로는 맑고 시린 물에서 열목어가 헤엄치는 금강연이 또한 빼어난 경관을 그리며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오대산 월정사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월정사 일주문에서 대웅전에 이르는 800m에 이르는 길.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태양을 흠모하는 나무들의 장엄한 합창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월정사 길목에 곧게 뻗은 미인 목들이 울창한 이 숲은 주종인 전나무의 키가 50m에 가깝고, 벌린 팔 길이가 20m나 된다.
이 전나무 숲은 자생림으로서 광림 전나무 숲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 월정사 전나무 숲은 가을 산행 길로 주목받는 명소지만 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며 사색까지 할 수 있는 휴양지로도 그만이다.
● 내린천 살둔마을
홍천에서 구룡령을 넘기 전 광원리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어 들어 446번 지방도를 따라 8㎞ 정도 가면 내린천의 최상류부인 살둔 마을에 닿는다.
살둔 마을은 오지 중의 오지다.
사방이 산에 둘러싸여 있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으로 아늑함과 고립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살둔은 생둔 사가리의 중심에 있는 풍취도 그만이고 숲도 아름다운 곳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신문도 1주일에 한번 배달될 정도로 오지였지만 요즘에는 한적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몇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묵어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다.
살둔 마을의 중앙에는 살둔 산장이 있다.
전직 기자였던 산장지기가 지키는 이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집 100선'에 소개되기도 한 독특한 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 제주 비자림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비자림은 사계절 그 울창함을 맛볼 수 있는 상록수림이다.
4.5㏊의 광대한 면적에 2,572그루의 비자나무가 밀집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단순림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비자림에는 나도 풍란 콩짜개란 흑난촌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 식품,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비자림의 멋을 제대로 느끼려면 무엇보다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이른 아침이나 안개가 엷게 낀 날을 택하는 것도 비자림을 색다르게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제주시 봉개동의 절물 오름에 위치한 절물 자연휴양림의 삼나무 숲도 이국적이고 기막힌 풍경을 연출한다.
연인들끼리 와서 차라도 한잔 할 수 있는 카페도 있고, 전망대와 산책로가 있어 이색적인 데이트를 즐기려는 이들에게는 최적의 장소로 꼽히고 있다.
● 함양 상림
지리산 자락의 함양에 가면 상림을 꼭 찾아볼 일이다.
상림은 낙엽활엽수림으로서는 유일하게 천연기념물(154호)로 지정된 숲으로 거목 사이로 낭만의 산책길이 펼쳐진 곳이다.
함양 읍내 끄트머리쯤인 대덕동에 200∼300m 폭으로 2㎞쯤 길쭉하게 조성된 상림은 평탄한 지형에 서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당 단풍나무 생강나무 등 114종 2만여 그루의 수목이 자라고 있다.
아름드리 수목이 많아 어떤 곳은 한낮에도 컴컴할 정도다.
상림에는 사운정 함화루 등의 정자와 누각 벤치가 있고,숲 가운데로 흐르는 실개천과 그것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와 징검다리가 있어 결코 단조롭지 않다.
인근 지역으로부터 오는 데이트 족이 적지 않으며 가을이면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