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CJ홈쇼핑 사장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국제경영원에서 MBA과정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세계수준 기업(World Class Company)의 조건'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김 사장은 강의에서 "세계수준의 기업이 되려면 창의적인 인재를 확보해 기업의 기초체력을 높여야 하며 과학적인 마케팅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히트상품 개발로 신규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소비자들과의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 기존의 고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근로자 아닌 전문가를 양성하라


고유가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보라고 하면 두 가지 형태의 대안이 나온다.


하나는 회사에서 쓰지 않는 전등을 끄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에너지 절약운동'을 벌이자는 수비적인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절약형 상품'을 만들자는 공격적인 대안이다.


물론 에너지 절약운동을 펴는 것도 고유가 시대를 맞아 사내에서 해볼 수 있는 정책이긴 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다지 큰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근무환경이 안 좋아질 우려도 있다.


세계수준의 기업들이 필요한 것은 후자의 의견과 같은 공격적인 대안이다.


이런 의견이 사내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프로 근성을 가진 전문가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부가가치 획득의 기회를 발견하는 것은 물론 부가가치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세계수준의 기업들은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근로자'들은 최대한 줄이고 거기에서 절약한 재원을 '전문가' 양성에 쏟아붓는다.


제대로된 전문가들은 근로자 10명 이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가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성과에 따른 철저한 능력급제를 실시하고 다양한 재교육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등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 아이디어만 있는 마케팅은 버려라


요즘 서점가에 나와있는 마케팅 서적들을 살펴보면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컬러마케팅 입소문마케팅 등 한 분야만 발상을 전환해 시장공략에 나서면 '대박'이 터질 것처럼 얘기한다.


물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발상의 전환도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아 통계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은 그만큼 성공 확률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국내 기업의 일반적인 마케터들의 프로젝트 성공확률을 야구에 비유해 보면 2할5푼 정도가 나온다.


능력있는 마케터라고 해 봐야 3할5푼을 넘지 못한다.


이렇게 마케팅의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통계적 요소를 무시했기 때문으로밖에 볼 수 없다.


세계수준의 기업이 되려면 가능한 한 실패하는 프로젝트의 수를 줄여야 한다.


아이디어 위주의 마케팅으로는 운이 좋아 몇몇 히트상품을 내 놓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 히트상품보다는 고객신뢰가 중요하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이후에는 히트상품의 개발보다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고객들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히트상품이 만든 변덕스러운 소비자는 경쟁사가 히트상품을 내 놓았을 때 언제라도 경쟁사 쪽으로 옮겨갈 수 있지만 브랜드와 신뢰로 만든 소비자들은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다.


히트상품의 개발로 신규 소비자를 개척하는 것은 국지적인 전투에서 승리한 것에 불과하다.


기업간의 장기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지적인 전투보다는 '펀더멘털'을 키우는데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홈쇼핑 업계도 세계수준 기업들의 신뢰경영,브랜드경영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충동구매를 조장하고 선정적으로 보이는 상품방송이 많았다.


홈쇼핑 상품 박스가 많은 집의 주부들에 대한 이웃의 인식이 '충동구매를 많이 하는 주부'로 고정된 것도 홈쇼핑의 경박한 경영이 원인이 됐다고 본다.


홈쇼핑 업계가 세계수준 기업으로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런 '언발에 오줌누기'식 경영을 자제해야 한다.


최근 경품을 자제하고 프로그램 예고제를 시행하는 등 홈쇼핑 업계에서 일기 시작한 신뢰경영의 씨앗이 풍성한 결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