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대인이 대기업 바이어와 사업 이야기를 하던 중 상품이 가끔 부족했다는 이유로 흥정을 거절당하자 이렇게 말했다.

'형제가 파이 하나를 놓고 서로 큰 쪽을 갖겠다고 싸우다 형이 칼로 자기 몫을 먼저 자르려 했다.

그 순간 아버지가 나타나 "누가 먼저 파이를 자르든 상관없지만 한 사람이 자르면 다른 한 사람이 두 조각 중 하나를 먼저 고르기로 하자" 그제야 형제는 파이를 정확하게 두 조각으로 잘랐다.'

교섭의 본질을 꿰뚫는 얘기다.

이것은 유대인 경영학의 기본인 '윈윈전략'의 한 예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큰손 조지 소로스,인텔 회장 앤드루 그로브 등 대부분의 유대인 갑부들은 무일푼에서 시작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맨주먹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탈무드 경제학'에서 나왔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돈에 관한 철학을 익히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비축한다.

그것이 곧 율법이자 삶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모세의 경영원칙 10가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리더의 사명을 수용하고 회사와 직원 등 경영환경을 확실하게 진단하며 구성원들과 적극 접촉하라.정보를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재앙을 견디며 문제를 곧장 해결하라.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이를 시행하며 전수한 뒤 떠나라.이들 열 단어는 모두 동사다.

즉 행동을 나타낸다.

'성공의 문을 열려면 밀든가 당기는 수밖에 없다.'

유대부자의 원리 중에 '78대22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공기의 성분이 질소 78에 산소 등 기타 22,인체도 수분이 78,기타 22의 비율인 것처럼 성공률이 78%이고 실패율은 22%라는 것이다.

그 확률을 높이는 '유대 상술의 두가지 열쇠'는 여자와 입이다.

소비자인 여성과 영원한 상품인 먹거리를 뜻한다.

배움에 열성인 것도 한몫한다.

'길을 열 번 묻는 편이 길을 잃는 것보다 낫다.'

최근 나온 '솔로몬 탈무드'(이희영 지음,동서문화사)는 유대학 연구자 이희영씨(프랑스 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 EHESS 유대학 박사과정)가 10년 동안 공들인 역작이다.

1천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국내 최초로 바빌로니아판 탈무드를 심층분석한 책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람의 눈은 대부분 희고 검은 부분은 작다.

그러나 사람은 희고 밝은 부분보다 어두운 부분을 통해 본다'는 탈무드 구절처럼 5천년 역사의 유대인 지혜를 한 권으로 집약한 것.세계 화장품시장의 슈퍼우먼 헬레나,골드만삭스의 신화를 일군 로버트 루빈,뒤퐁의 샤피로 등 '돈'에 관한 유대인의 신화뿐만 아니라 교육 협상 유머 등 모든 요소를 15개 묶음으로 나눠 설명한다.

세계 인구의 0.2%인 그들이 노벨상의 절반을 휩쓸고 미국 최상위 부자의 42%를 차지하면서 지구촌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이유까지 해부했다.

'인생은 바이올린의 줄,균형감각은 남을 존중하는 사상' 등의 잠언도 읽는 맛을 더한다.

1천8쪽,2만5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