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땅 투자" 바람에 편승해 기획부동산 등이 기승을 부리면서 어이없이 피해를 입는 개미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시세보다 턱없이 비싸게 매입하거나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사는 게 대표적인 경우다.

또 부동산중개업소 말만 듣고 현지인 이름을 빌려 명의신탁을 하거나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생면부지인 사람들과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의 투자를 하는 이들도 많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어이없는 투자로 수많은 피해자가 생긴 지난 80년대 후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게 토지 전문가들의 우려다.

진명기 JMK플래닝 사장은 "전남 목포지역의 임야 등 80년대 후반 투기바람이 불었던 땅들 중에는 지금도 반값에 팔기 어려운 땅들이 많다"며 "기획부동산이나 발빠른 중개업소들이 장난을 치고 있는 충남 청양 홍성 예산 등의 땅은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발 불가능한 땅을 비싸게 산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K씨는 최근 기획부동산에 속아 경기 양평 소재 전원주택지를 평당 9만8천원에 매입했다.

앞으로 그 땅에다 단지형 전원주택을 개발하겠다는 게 기획부동산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컨설팅업체 상담 결과 이 땅은 개발이 불가능한 보전산지였다.

게다가 인근 중개업소에서 시세를 확인한 결과 평당 1만원을 받기도 어려웠다.

전업주부인 A씨는 이달 초 충남 청양군의 관리지역 농지를 평당 30만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지난주 현지 중개업소에 확인한 결과 시세는 평당 10만원 이하였다.

기획부동산들이 신행정수도 수혜지역이라고 바람을 잡는 바람에 현장답사도 하지 않고 덜컥 매입한 게 손실을 불렀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개미투자자들은 개발재료를 들이밀면 쉽게 넘어가는 성향을 보인다"며 "땅을 살 때는 반드시 해당 시·군·구에 개발 가능 여부를 문의하고 현지 시세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유지분 투자는 위험

50대 중반의 전업주부인 L씨는 최근 생면부지인 두 명과 공동으로 경기 시흥시 땅 2천평을 매입했다.

토지거래허가가 나지 않아 현지인 명의를 빌려 계약했다.

그리고 안전장치로 그 땅에다 땅값의 1백20%에 달하는 근저당을 설정해뒀다.

그러나 명의신탁은 불법이다.

또 현지인이 변심하면 땅값이 올라도 소유권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땅값이 근저당 금액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현지인이 팔아버려도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어서다.

기획부동산으로부터 수백명이 공유지분으로 땅을 사는 사례도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다.

전화로 땅을 파는 기획부동산들은 땅을 쪼개 소유권을 개별등기해주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 어느 땅이 자기 땅인지 알기 어렵다.

내 땅이 길이 없는 맹지일 수도 있고 개발이 불가능한 땅일 수도 있다.

지분을 팔 수는 있지만 지분값은 권리행사에 제약이 많아 시세의 절반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땅을 팔거나 개발하려면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해외이주자 실종자 등이 생겨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토지 가격은 자꾸 오른다고 하고 가진 돈은 넉넉지 않고 하니 개미투자자들이 쉽게 공유지분 투자의 함정에 빠진다"며 "모르는 사람과는 공동으로 투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