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대한민국.'

최근 드라마 인기가 유난히 거세다.

단숨에 시청률 40%고지를 넘긴 SBS TV '파리의 연인'으로 시작한 드라마 붐은 MBC TV '황태자의 첫사랑'과 KBS 2TV '풀하우스'의 접전으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KBS 2TV 주말극 '애정의 조건'은 30%대의 안정된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다.

월화극인 MBC TV '영웅시대'와 SBS TV '장길산'의 대결구도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9시 메인뉴스와 '개그콘서트'에 밀려있던 SBS TV 주말드라마가 '작은아씨들'로 반등중이다.

이 같은 드라마 강세는 전통적으로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여름철에 이뤄진 것이어서 눈에 띈다.

아직은 비가 잦은 장마철인 까닭에 야외로 나갈 수가 없다는 것을 고려해도 이례적이다.

드라마에 비해 예능 프로그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12일 TNS미디어코리아가 발표한 주간 시청률에 따르면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3위에 올랐고, KBS 2TV '연예가 중계'가 6위, '개그콘서트'는 10위에 턱걸이했다.

지난주는 그나마 나은 편. 그 전주에는 10위권 내에 '일밤'만이 유일하게 올랐을 뿐이다.

더욱이 예전에 황금 시간대로 꼽혔던 주말 오후 7시대 예능프로그램은 '일밤'을 제외하곤 전멸이나 다름없다.

MBC는 지난 봄 개편때 시작한 '대한민국은 통화중'을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전격 폐지했다.

토요일 오후 10시대가 KBS 2TV '개그콘서트'와 SBS TV 특별기획 드라마에 계속 잠식당하자 아예 교양성격이 짙은 '사과나무'를 옮겨왔다.

'사과나무'가 방송됐던 목요일 오후 7시 20분대에 서경석과 이혁재를 내세운 새 프로그램을 방영할 계획이다.

SBS는 14일 예능국 소속 PD 5-6명을 한달 일정으로 일본에 보냈다. 이른바 '태스크포스 팀'이다.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을 개발해오라는 특명을 받은 것.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의 부진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프로그램 자체의 식상함'과 '인터넷 매체 등의 성장'을 꼽고 있다.

SBS 예능국 정순영 책임 프로듀서는 "보통 예능 프로그램은 2년 주기로 움직인다.

한창 토크쇼가 유행한 후 개인기 위주의 버라이어티쇼가 등장했는데 이런 형식도 식상해졌다.

연예인들을 망가뜨리는 장면들이 처음엔 신선했지만 이젠 어떤 짓을해도 시청자들이 잘 안웃는다"고 말했다.

인터넷, 케이블 TV 등 새로운 매체가 이제 완전히 자리잡은 것도 큰 요인. MBC 예능국 장태연 국장은 "인터넷을 보면 TV 보다 더 재미있는 아이템이 훨씬 많아 새로운 웃음을 주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관계자들은 '일밤'을 비롯해 '가족오락관' '전파견문록' '개그콘서트' 등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그램이 그나마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최근 드라마가 특별히 인기 있는 요인은 무얼까.

이화여대 주철환 교수(언론영상홍보학부)는 "목마를 때는 오아시스를 찾는다.

요즘처럼 정치 경제 사회가 답답한 현실에서는 더욱 더 신데렐라, 황태자 이야기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능 프로그램은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스타가 나와야 하는데김제동 이후 떠오르는 스타가 없다.

이에 비해 드라마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 얼개에 배우, 배경, 음악 등이 바뀌면 늘 새로워 보인다"고 평했다.

각 방송사는 가을 개편에 맞춰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심중이다.예능 프로그램의 부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계자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