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우즈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한 세계 남자골프랭킹 3위 비제이 싱(41.피지)이 기발한 샷으로 다시한번 화제에 올랐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실비스의 디어런TPC(파71)에서 열린 미국PGA투어 존디어클래식(총상금 3백80만달러) 3라운드 4번홀(파4·4백54야드).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을 앞두고 톱랭커들이 불참한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출전하고 있는 싱의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개울(래터럴 워터해저드)에 빠졌다.
칠 수 없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1벌타 후 드롭을 해야 할 상황.
대부분 선수들 같았으면 '관례대로' 볼이 개울로 들어간 지점으로부터 두 클럽 길이 이내의 러프에 드롭했을 것이다.
그러나 싱은 러프 대신 '카트 도로'를 택했다.
콘크리트로 된 카트 도로에서 샷을 한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었지만 싱은 두 클럽길이 내의 드롭지점을 카트 도로로 정했다.
러프가 너무 깊었기 때문에 러프에 드롭하고 치는 것보다 차라리 카트 도로에서 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싱은 그런뒤 세번째샷을 깨끗이 걷어올려 홀 3m지점에 붙여 파를 잡았다.
기막힌 전략과 톱랭커다운 파세이브에 갤러리들이 큰 박수를 보냈음은 물론이다.
골프는 창의력·상상력의 게임이라고 했던가.
타이거 우즈,필 미켈슨,애니카 소렌스탐등 세계 톱골퍼들은 출중한 기량외에도 뛰어난 상황 판단력을 가진 것으로 정평나 있다.
우즈 역시 지난해 11월 남아공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최종일 16번홀(파5)에서 드라이버샷이 왼쪽 카트도로에 멈췄는데 공교롭게도 도로 양측이 경사지인데다 러프도 깊어 드롭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우즈는 그냥 도로위에서 2번아이언샷을 날렸고,'딱'소리와 함께 헤드를 떠난 볼은 그린 뒤쪽 프린지에 안착했다.
미켈슨은 급경사지의 플롭샷을 자신의 머리 위로 넘겨 후방에 있는 그린을 공략한 적이 있고, 소렌스탐은 2004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최종일 16번홀(파5)에서 티샷이 인접홀로 가자 그곳에서 세컨드-서드샷을 날려 버디를 잡는 기발한 착상으로 박수를 받았다.
한편 싱은 이날 4언더파를 친끝에 3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백3타로 선두와 5타차의 공동 10위로 올라섰다.
나상욱(21.코오롱엘로드)은 합계 2언더파 2백11타로 공동 61위에 머물렀고 지난 2001년 미 투어에 입문한 41세의 노장 호세 코세레스(아르헨티나)가 15언더파 1백98타로 사흘째 선두를 고수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