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ㆍ중소기업들이 '역발상경영'에 나서고 있다.

불황을 넘기 위해선 상식을 파괴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수윤활유 제조업체인 한국하우톤은 게릴라경영으로, 한샘도무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구생산업체인 이탈리아업체를 협력업체로 삼아 자사 디자인으로 가구를 생산한뒤 로열티를 받고 현지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한국하우톤 >

요즘 불황타개를 위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계회사를 통폐합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한국하우톤(대표 김광순)은 회사를 오히려 8개의 소기업으로 쪼갰다.

부(部)단위를 1개의 회사로 분리했다.

전체사원 1백86명이 20여명으로 구성된 8개 회사로 나눠지게 됐다.

때문에 한국하우톤은 부(部)별로 월급이 다르다.

어떤 부서는 상여금을 받는데 옆부서는 월급이 깎이기도 한다.

출근시간도 각각이다.

부별로 별도 예산을 짜고 사업계획서도 따로 만든다.

부장이 바로 사장 역할을 한다.

한국하우톤이 이렇게 기업을 쪼갠 데는 김광순 대표(61)의 역발상적인 전략이 숨어 있다.

그는 "기업은 단위가 작을수록 더 강하다"며 '강소(强小)기업론'을 편다.

작은 게릴라 부대가 거대한 사단을 붕괴시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경기고를 거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파일럿 출신인 그는 자신의 군대 경력을 토대로 이런 '게릴라식 경영'을 채택했다.

이 제도를 도입하자 사원들의 경쟁의식이 높아졌다.

예산을 줄이려고 힘을 쏟았다.

연구직 사원들도 밤새워 개발에 나섰다.

덕분에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한 금속가공 윤활유를 최근 개발했다.

이 윤활유는 인체에 해가 없어 인기를 끌며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윤활유업체들이 불황으로 평균 20∼30%씩 매출이 줄고 있는데도 이 회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5% 증가한 6백11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

< 한샘도무스 >

한국 가구회사가 디자인을 제공하고 이탈리아 가구업체가 제작한 명품가구가 국내에 역수입돼 시판된다.

또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선 디자인로열티를 받는다.

명품가구업체인 한샘도무스의 조창식 대표는 "지난해 이탈리아 가구디자인업체인 도무스아카데미에 제공한 '식탁ㆍ의자세트'와 '소파세트' 디자인의 제품 개발이 최근 완료됐다"며 "오는 8월부터 한샘도무스전시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 제품은 조 대표가 직접 디자인했으며 도무스아카데미가 기능부분을 추가해 설계했다.

식탁ㆍ의자세트는 이탈리아 유명가구업체인 몬티나, 소파세트는 이탈리아 중소가구업체인 델택이 각각 제작, 이들 회사의 브랜드로 판매된다.

조 대표는 "국내 회사가 제공한 디자인이 이탈리아 유명 가구회사에 채택돼 제품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디자인을 제공한 대가로 동급의 제품보다 30~40% 싼 가격으로 들여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탈리아에서는 이들 제품을 내년 '밀라노 가구전시회'에 출품한 후 판매될 예정"이라며 "현지 판매분에 대해서는 디자인로열티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조창걸 한샘 회장의 친동생인 조 대표는 "국내에서 취약한 기능부분을 강화해 디자인뿐 아니라 가구 완제품을 '가구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