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로 치면 3천원도 안되는데 어떻게 한탕 해보려고 들어왔던 내가 바보같기도 하고 오기가 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주식을 1주일 가까이 갖고 있으면서 잠도 깊이 못자고 두통에 시달리고 생활이 말이 아니었는데 결국 손절매라니,억울하네요."

최근 'M&A(인수·합병) 테마주'로 부상한 거래소 상장종목에 손을 댄 한 개인투자자가 인터넷 증권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주가가 급등하자 무턱대고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손해를 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요즘 증시에서는 각종 테마주가 극성을 부리면서 그 후유증이 확산되고 있다.

거래소 상장기업인 금호종합금융의 경우 지난 2일 한 개인투자자가 6.10%의 지분 매입 사실을 공시한 직후 M&A 테마주로 떠오르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다.

하지만 이 투자자가 지난 6일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하자 주가는 즉시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다음날 역시 급락했다.

이 개인투자자는 "M&A 의사가 없음을 공시했지만 일부 세력이 정보를 역이용하고 있어,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7일에는 수산주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오양수산 동원수산 한성기업 신라수산 등이 조류독감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가 일부 테마주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고,오양수산 등 일부 기업은 '주가가 급등할 이유가 없다'고 공시했지만 시장에서는 호재만 지나치게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한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정하다.

정성훈 현대증권 연구원은 "조류독감으로 수산업체들이 실적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수산주 급등은 투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 강화와 함께 투자자의 의식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테마주가 유행한다고 기업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부화뇌동식으로 투자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투자자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주용석 증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