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라는 직업은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이나 환자에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알파리포산'이 비만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네이처 메디신'지에 발표한 이기업 울산의대 교수(49)는 의사의 본분을 이같이 정의했다.

이 교수는 "단순히 경제적 풍족함이나 사회적 지위를 위해 의대로 진학해서는 안된다"며 "우수한 학생들이 물리나 수학 등 순수 자연과학분야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교수는 원래 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음대를 지망했었다.

그런 그가 음대를 포기하고 의대로 진학한 것은 순전히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학창시절 색약으로 인해 의사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이 교수의 부친이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식들에게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남긴 것이다.

이 교수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서울대 의대로 진학,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 교수는 이후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을 거치며 주로 당뇨병과 비만 연구에 온 힘을 다해왔다.

이번에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도 그 성과 가운데 하나다.

"당뇨병에 걸린 동물을 이용해 다양한 약물 치료효과를 실험하던 중 알파리포산의 효능을 발견하고 약리작용 연구에 착수하게 됐습니다."

이 교수는 "비만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에너지 소모 촉진이나 식욕 억제 기능 중 하나만을 가지는 게 보통"이라며 "알파리포산은 특이하게도 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초에 이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사람에게서도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임상결과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몸속 신진대사 이상으로 인해 유발되는 대사증후군 연구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이 교수는 "식욕 조절 메커니즘,당뇨나 동맥경화증 발병 메커니즘 등을 집중 연구하겠다"며 "의사를 비롯 화학 생물 분야 과학자들간 협동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