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는 주40시간 근무제 실시로 대부분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20%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다시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면 기업 존립 자체가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임금 축소 없는 5조3교대 근무제도'를 반드시 쟁취해 내겠다며 벼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노총 소속인 SK㈜와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연맹에 속한 LG칼텍스정유 여천NCC 등은 5조3교대 제도 요구 배경을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 5조3교대란
현행 생산직 근로자의 4조3교대 근무 방식에 1개조를 더 투입하는 형태다.
따라서 근무시간은 줄고 휴일은 늘어난다.
4조3교대는 1인당 주42시간을 근무하지만 5조3교대는 주37.3시간 일한다.
1주일에 근로시간이 4.7시간 단축되며 보름에 하루꼴로 휴일이 더 생기는 셈이다.
실제 사업장에서 5조3교대로 근무 스케줄을 짤 경우 30가지 이상 조합이 가능하다.
SK㈜ 노조가 예시한 근무 형태는 '3일간 모닝 근무(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2일간 휴식→3일간 나이트 근무(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2일간 휴식→3일간 스윙 근무(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1일간 휴식→1일 낮시간 근무' 식이다.
4조3교대로 일할 때는 '나흘 일하고 하루 또는 이틀 휴식'을 취했지만 5조3교대로 하면 '사흘 일하고 이틀 휴식'하는 형태가 된다는 얘기다.
임명호 SK㈜ 노조위원장은 "법정 근로시간이 주44시간에서 4시간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근무시간도 현행(42시간)보다 4시간 줄어든 주38시간으로 하는 것이 법 개정 취지에도 맞는다"고 주장했다.
◆ "인력 늘려 달라"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라는 입장이다.
5조3교대 제도를 도입하려면 1개조를 더 만들어야 하고,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SK㈜의 경우 5조3교대를 위해서는 현행 교대근무 인원 1천3백50명에 추가로 26%인 3백50명을 더 뽑아야 한다.
하지만 SK㈜는 9년째 생산직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로 인력을 오히려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가스공사 노조가 최근 5조3교대를 요구했다가 임단협 중간에 이를 포기한 것도 인원 확충 문제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노조 관계자는 "5조3교대로 가려면 1백명을 충원해야 하지만 정부가 공공부문 인원을 메워주지 않아 기존 4조3교대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 "임금은 줄일 수 없다"
5조3교대를 주장하는 사업장 노조는 대부분 평균 연봉 6천만원대의 고임금 석유화학 업체들이다.
이에 따라 이들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부드럽지 않다.
SK㈜ 노조는 교대근무자의 수명이 야간근무로 인해 15년 단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근로기준법 개정 내용을 들어 "근무시간이 줄어도 임금은 삭감되지 않아야 한다"고 내세운다.
특히 초과근로수당 감축에 대해서는 "월 소정근로시간을 단축(1백80시간→1백60시간)시켜 각종 수당의 단가를 올리면 5시간 초과근무수당 감축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