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있는 중소.벤처기업들이 기술신용보증기금(KOTEC)의 보증을 통한 자금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대표적인 자금지원기관인 기보가 기본재산 축소에 따른 보증여력 약화로 기술평가 보증을 축소하는 등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당정이 합의한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 기보에 대한 정부출연금이 예상보다 적게 편성돼 기보의 보증업무 위축에 따른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확보난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기술력있는 기업도 보증힘들다 온라인게임 개발업체인 T사는 지난 4월 개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화촉진기금 보증을 신청했으나 기보로부터 하반기에 다시 신청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같았으면 이 정도 기술력이 있는 기업은 충분히 보증을 해줬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담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보의 보증까지 까다로워져 개발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A사의 김모 사장도 "지난 3월 기보에 보증 신청을 했으나 수익모델이 불확실하다며 사실상 거절당했다"며 "기보의 보증이 올 들어 더욱 까다로워져 지난해 5억원 정도를 보증받은 업체가 현재는 같은 기준으로 10%도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기보는 신보와 달리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보증을 주로 하고 있는데 최근의 보증 축소로 이들 업체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보증 대폭 줄인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기보의 일반보증 총액은 4조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5조5천억원에 비해 21.8% 감소했다. 이 총액에는 지난 5월 만기 도래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 증권(P-CBO) 가운데 일반보증으로 전환한 금액(1천5백억∼2천억원)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 감소폭은 더 커진다. 특히 벤처기업과 기술력 있는 기업 등에 대한 기술평가 보증금액은 5월 말까지 2천1백억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보다 12.5% 감소했다. 기보는 올해 기술평가 보증 목표를 지난해(6천5백억원)에 비해 69.2% 증가한 1조1천억원으로 잡았으나 당초 계획대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기보의 보증 업무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보증의 바탕인 기본 재산이 보증사고 증가와 P-CBO의 대위변제 등으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보의 기본 재산은 2002년 말 1조5천8백19억원에서 작년 말 1조4백43억원,지난 3월 말에는 9천8백24억원으로 각각 감소됐다. 이에 따라 보증운용 배수(기본자산 대비 보증잔액)도 3월 말 현재 16.4배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하반기 보증 활성화 먹구름 하반기에도 기보의 보증 업무가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반기에 대거 몰려 있는 P-CBO의 만기 도래 규모(1조4천2백억원)가 신규 보증 업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하반기 추경예산에 기보와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정부의 추가 출연이 예상보다 적게 편성돼 기보의 보증 여력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신용보증기관은 정부에 모두 1조원 규모의 추가 출연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4천5백억원을 두 기관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보 관계자는 "경기가 호전돼 자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상 기술평가 보증 등 신규 보증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