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사가 적극적인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최대 전기전자업체인 지멘스는 24일(현지시간) 사측이 일자리의 해외 이전을 철회하는 대신 노조는 임금상승없이 근로시간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전화기 생산부문 일자리 2천개를 헝가리로 옮기려던 회사측의 방침은 취소됐으며,주당 근로시간은 현재 35시간에서 오는 7월부터 40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같은 노사합의는 향후 2년간 적용된다.



지멘스는 이날 캄프 린트포르트,보콜트 등 2곳의 전화기 생산공장 근로자들과 이같이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멘스의 하인리히 폰 피에르 CEO(최고경영자)는 "이는 이성의 승리"라며 "노사가 일자리 보전을 위한 현실적인 길을 찾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노조측도 "헝가리가 매력적인 대체생산지(일자리 이전지)이긴 하지만 이번 합의로 캄프 린트포르트와 보콜트가 앞으로도 계속 전화기 생산의 허브(중심축)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날 합의에 만족해 했다.


지멘스 근로자들이 '임금상승 없는 노동시간 연장'에 합의한 것은 강성노조로 유명한 독일에서 상생적 노사관계가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멘스 노사의 이 같은 '상생 빅딜'은 유럽 전체의 노사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독일 최대 규모의 강경 노동단체인 금속노조(IG메탈)는 구체적인 임금부문을 명시하지 않은 채 금속사용자연합측과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했다.


당시 금속노조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투자확대 등에도 적극 협력키로 약속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노사도 최근 4만여명의 근로자 중 개발·계획부서 직원 1만여명에 대해 주당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독일 기업 노조들이 '노사 상생'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은 과격한 노동운동으로는 복지비 과다지출,노동비용 급증으로 대변되는 '독일병'을 치유하기 어렵다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강경노선 고수에 식상한 조합원들이 줄지어 노조를 탈퇴하고 있는 것도 노사 상생쪽으로 분위기를 유도해가는 요인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3년간 20여만명의 조합원이 탈퇴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