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위안화 평가 절상 요구에서 한 발 물러나 중국에 자유로운 환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그 대가로 시장경제국 지위 보장을 제시했다. 도널드 에번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23일 "(시장경제국이 되려면) 중국 위안화는 절상 대신 환전의 자유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자본 흐름이 자유롭지 않아서 (양국은 무역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나 엔화 등 외화와 위안화의 자유로운 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번스 장관은 중국을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해줄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일주일 일정으로 베이징에서 협상 중이다. 중국 정부는 △달러를 수시로 사들이고 위안화를 파는 시장 개입과 △투자 목적의 위안화 매입을 규제해 핫머니 유입을 막는 방법으로 위안화 가치 상승을 막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 정부에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압박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 실업률이 증가해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 미국의 평가 절상 요구를 거부해왔다. 에번스 장관이 '평가 절상 대신'이라며 환전자유화를 요구한 이상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최근 두 달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잇따라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어냈으나 정작 반덤핑 제소를 가장 많이 당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승인을 못 받고 있다. 시장경제국으로 인정되면 △덤핑 판정에서 승소할 확률이 커지고 △이에 따라 제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으며 △국가 이미지가 제고돼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 덤핑으로 제소당하면 원가를 근거로 수출가격이 적절했느냐를 따지는데, 비(非)시장경제국으로 분류돼 있으면 경제 성장 수준이 비슷한 시장경제국(예-싱가포르, 인도)의 원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중국은 이 때문에 원래 원가가 저렴해 싸게 판 경우에도 덤핑 제소를 당하면 이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